이 국장, 보험담당 부원장보 승진 가능성에 업계 '촉각' 
업계 "윤석헌 금감원장, 보험업계 압박 필요하다고 느낄 것"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생명보험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보험담당 부원장보 승진 대상자에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즉시연금으로 대립하고 있는 보험업계에 대해 이 국장을 선두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와 업계에 벌써부터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16일 금감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일 국·실장 인사를 실시했다. 당시 금감원은 부국장과 팀장 30명을 국·실장급으로 신규 승진 발령하고 부서장의 80%를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헌 원장의 취임 후 첫 인사였지만 예상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였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를 통해 윤 원장의 조직 장악력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도 이번 인사 특징을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활력 제고 ▲전문성 강화에 따른 감독역량 강화라고 전했다.

문제는 차기 보험담당 부원장보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의 유임이다. 이진석 은행감독국장도 감찰실 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따라서 이성재 국장,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등 3명이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는 차기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이 국장이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이 국장이 부원장보에 승진하는 것이 금감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업계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최근 즉시연금, 암보험으로 업계와 금감원이 대립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느낀 금감원장이 보험업계를 강하게 압박하려면 그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장에게 보험은 금융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소비자금융을 신경쓰는 금감원장 입장에서 민원이 많은 보험업계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즉시연금에 대해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만큼 이 국장을 승진시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보험업계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2006년 자살보험금 사태 때 생보사들을 중징계하며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당시 대법원에서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하나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선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자까지 모두 지급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이에 보험업계로부터 전액지급 결정을 얻어냈다. 

생보업계는 윤 원장이 이 국장을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앉힐 경우 자살보험금처럼 즉시연금을 둘러싼 보험 관련 문제를 더 강한 태도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는 보험감독원 출신 임직원과 보험업계 유착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윤 원장이 한국은행 출신인 이 국장을 부원장보에 앉혀 이런 유착을 차단한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한편 즉시연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생보사들이 소송을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학습효과라는 말이 있다”라며 “자살보험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결과와 달리 금감원이 전액지급을 주문했다. 결국 이자까지 다 물어준 것이다. 승산 없는 소송은 하지 말자는 것이 이후 업계의 태도가 됐다. 그러나 즉시보험에 대한 소송은 분명 다툴만한 것이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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