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현직 의원 4명 재판거래 확인…추가 거래 드러날 가능성도 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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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행정부-사법부 간 재판거래를 넘어 입법부-사법부 사이 재판거래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 입법부-사법부 간 뒷거래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정치권 인사 10여명의 관심 사항이 정리돼 있다는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만큼, 입법부-사법부 사이 추악한 거래가 추가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추가기소했다. 정치인 관련 사건들의 재판개입이 주요 이유다. 검찰은 특히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추진 정책에 지원받을 목적으로 임 전 차장이 전·현직 의원 4명이 관련된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처음으로 언급된 의원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아무개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 이아무개씨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씨의 형사재판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다. 임 전 차장은 직접 이 사건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하고, 행정처 기획총괄 심의관을 통해 담당판사의 재정합의부장에게도 청탁 취지를 전달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의 죄명이 바뀌지는 않았으나, 징역형 대신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과 관련된 임 전 차장의 범죄 혐의도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전 전 의원은 2015년 4~5월 친인척인 보좌관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조기 석방 등의 선처를 청탁했다. 임 전 차장은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를 작성 지시하도록 했다.

검찰은 노철래·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청탁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6년 8~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던 두 전 의원의 청탁을 받고 행정처 직원을 시켜 양형 검토 문건을 만들었다. 노 전 의원 사건의 경우 임 전 차장이 직접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장에게 청탁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의원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이 같은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서 의원은 당시 야당 법사위원, 전 전 의원은 2015년 당시 최고위원, 이 전 의원은 여당 사무총장이었다.

서 의원과 전 전 의원의 청탁이 있었던 2015년 4~5월은 정기국회 시작 전으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절이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 말부터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 전략(2014년 10월 작성)’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2015년 3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2015년 5월)’ 등의 문건을 만들었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對국회 전략’ 문건 중 전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 ⇨ 민원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이라는 노골적인 로비 방안이 담기기도 했다.

입법부와 사법부 사이 재판거래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미 홍일표·유동수 전 의원들의 재판거래 의혹이 공개됐을 뿐만아니라, 여야 정치권 인사 10여명의 관심 사항이 정리돼 있는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7월 31일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2016년 7월)’ 문건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한 바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현직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떠나 사법농단 법관과 국회가 이렇게 연결돼 있으니 사법개혁에 국회가 소극적이란 의혹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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