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위, 주주권 행사 여부 안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부키로
주주권 행사 여부, 수위 등 최종 결정은 2월 초
사실상 적극적 주주권 행사 행보 본격화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공식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국민연금은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19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를 열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에서 논의키로 의결했다.

기금위는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3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의 임원 선임이나 해임 등 구체적 주주권행사 사항을 결정하지 않았다. 전문위에 넘길지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한 것이다. 전문위는 이달 말 주주권행사 여부를 검토하고 세부적인 수위와 범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어 국민연금은 다음 달 초 다시 기금위를 열어 해당 사안을 최종 결정한다.

주주권 행사 여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주권 행사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 기금위원들이 해당 사안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 자체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해볼 필요성을 공감한 것으로 해석되는 까닭이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회의 직후 “일부 위원은 (주주권 행사보다) 대한항공에 책임있는 경영전략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위원 다수가 전문위에서 객관적으로 기초 자료를 모으고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주주가치 훼손의 뜻이 무엇이고, 실제로 가치가 훼손되었는지를 측정하고 장·단기 손실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을 공식화해 기업 경영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재계의 경영권 침해 우려에 독립성이 확보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행보를 공식화하면서 한진그룹과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공방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KCGI는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이라는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지난해 10.81% 사들였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28.93%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경우 KCGI와 같은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은 우선적으로는 사모펀드와 연대가 아닌 독립적인 판단으로 해당 사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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