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규제’·규제 입증책임 공직자에 부여 등 요구
정부, 신산업 분야 규제·개별 기업 ‘절벽 규제’ 등 혁파 역점 방침 설명

최태원 SK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중견기업 회장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규제완화’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대기업 총수‧중견기업인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문 대통령과 참석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에 기업의 투자 전체를 강화시켜주시고, 규제완화를 해주시고, 신속한 정부의 대응의 수고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관련해 조금 더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지금 데이터라 하는 것은 4차산업혁명에서 ‘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AI, 빅데이터, IoT, 모든 부문에서 활용이 데이터 활용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시 빅데이터‧AI 활용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전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 좀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오는 17일부터 발효되는 규제샌드박스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3법’을 언급하며 “기본적으로 데이터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산업 측면에서 연결할 거냐에 대해서 지금까지 여러 발표한 부분들이 있다. 이것은 기업과 정부, 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이 같이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 측면에서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면서 “더욱 긴밀하게 잘 준비해서 조기에 성과 내도록 그렇게 지원을 잘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태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도 규제개혁에 대해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수십 년 간 유지된 규제는 폐지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증 책임을 공직자에게 두게 되면 기업 자율, 시장 감시, 정부 감독에 맡겨도 될 사전 규제의 일괄 정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교육부의 교육 개혁과정에서 소관 행정명령을 없애고, 필요성을 입증한 것만 남기는 방법을 적용해 절반 가까운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성과를 낸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입증 책임을 공직자가 갖도록 하자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일부 영역에 대해 시도를 해보겠다. 그래서 국정 전반에 걸쳐 모두 할 순 없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 부분에 대해선 공직자가 입증책임 안되면 과감하게 없애보는 시도를 저희가 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 회장님 중요한 말씀 가운데 하나가 규제혁신을 위해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 같은 경우는 우리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집중적으로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 방식 자유의견 교환···‘사회’ 박용만 회장 “국민 마음 불편하게도 하지만···”

또한 홍 부총리는 정부의 규제개혁과 관련해 △신산업 분야 글로벌 기준 적용한 규제 혁파 △정부의 적극 지원을 통한 올해 규제샌드박스 적용사례 100건 이상 △개별 기업의 ‘절벽 규제’ 혁파 등 역점을 두고 있는 방침을 설명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정부의 ‘혁신성장’과 관련해 △‘실패에 대한 용납’ 기본 전제 △코스트(cost,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사회‧기업의 협력 △최고의 인력 확보 노력 등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의 또 다른 대상은) 사회적경제”라며 “사회적경제를 많이 일으킨다면, 사회적기업은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가 힘을 합해서 이쪽 부분에 힘을 쏟으면 혁신성장에 또 다른 부분이 사회적경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그는 제도, 정책, 현장 목소리 등에 집중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상의 탈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외형은 커졌지만 저희 기업들은 아직 청소년기에 해당하지 않나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가끔 저희가 실수도 있고,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 불편하게 해드리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왕성한 청년기에 실수도 하지만 앞날을 향해서 뛰어가는 기업들을 봐주시길 부탁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유동 휴비스 대표, 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유동 휴비스 대표, 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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