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보상 등으로 주민들 신도시 개발 반대
차질 생겨 사업 추진 늦어지면 사업 무산될 수도 있어
전문가들 "밀어붙이기 식의 개발 진행은 그만해야 할 때"

하남시청에는 ‘산신령이 노하신다. 신도시가 웬말인고’, ‘신도시 수용한 하남시장 퇴진하라’등의 현수막이 진을 치고 있다./사진=천경환 기자
하남시청에는 ‘산신령이 노하신다. 신도시가 웬말인고’, ‘신도시 수용한 하남시장 퇴진하라’등의 현수막이 진을 치고 있다./사진=천경환 기자

3기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토지보상 문제 등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 사업 추진이 늦어져 신도시 개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이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발대식을 열었다. 발대식에는 대책위원, 남양주 지회장, 주광덕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주민들과의 사전 소통 없이 정부에서 통보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개발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후보지인 하남 교산지구에서도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교산동, 신장동 등 곳곳에는 3기 신도시 강제 수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하남시청에는 ‘산신령이 노하신다. 신도시가 웬말인고’, ‘신도시 수용한 하남시장 퇴진하라’ 등의 현수막이 진을 치고 있다.

30년 동안 하남시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현실성 없는 보상으로 자영업자들과 주민들을 대책 없이 몰아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신도시 개발로 기업을 정리해야하는 상인들을 위해 초이공업지역과 같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던지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발이 필요하긴 하나 촌각을 다투는 일은 아니다. 미사강변지구와 감일지구가 개발됐기 때문에 교산지구도 언젠가는 개발이 될 것”이라며 “주민과의 협의를 거치는 등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남교산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은 “지난 금요일에 하남시청 앞에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며 “앞으로도 규탄집회, 시장 면담 등을 통해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자 일각에서는 개발을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대립이 심해지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도시 지정만 해놓고 토지를 보상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주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그 사이 땅값이 올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하남 감북지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이 사업을 거부하면서 지구지정이 취소됐다. 현실성 없는 보상비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은 법원에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냈으며 결국 2015년 5월 사업이 무산됐다.

이에 하남시청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시 관계자는 “아직 보상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며 “보상계획이 나온 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정부가 신도시를 지정할 수는 있지만 보상과정, 주민들 반대 등에 부딪히게 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며 “신도시 지정은 결국 기존 소유자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신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할 때는 예전처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신도시 2곳을 추가 지정할 때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한다”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신중한 계획을 세워 신도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구를 3기 신도시 택지지구로 지정했다. 택지지구에는 총 12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남은 11만 가구의 택지 예정지는 오는 6월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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