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들 유서 통해 “병원 직원 조문 안 왔으면”, “동료 괴롭힘에 힘들다” 토로···서울의료원 “외부 조사 결과 따르겠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잇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간호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태움문화 영향인 것으로 추정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 9층에서 A씨가 떨어져 사망했다. A씨는 간호학원을 수료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최근 익산 소재 한 병원에서 실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앞서 ‘동료들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말 병동 간호사에서 간호부로 근무 부서가 변경된 서울의료원 간호사 B씨는 지난 5일 새벽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부서 이동 이후 부정적 분위기, 본인에게 정신적 압박을 주는 부서원들 행동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의 근거는 서울의료원장이 강원도 영월 빈소를 방문, 유족에게서 전달 받은 고인의 카카오톡과 유서 일부 내용이다. B씨의 카톡과 유서에는 ‘서울의료원 직원들은 조문을 안 왔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만큼 고인이 서울의료원에 지쳐 있었고 피곤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한 후 5년 동안 병동에서 근무했던 B씨는 그동안 자부심을 갖고 간호사 업무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7일 이후 진행해 왔던 진상조사팀 회의에서 외부 기관에 공식적으로 조사를 요청키로 결정했다. 이에 서울시청 감사위원회가 지난 11일부터 의료원으로부터 사무실을 배정 받아 B씨의 자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서울시청 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전폭적으로 따를 것”이라며 “간호부는 물론 병원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확한 자살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특히 B씨 사례는 간호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태움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유서에 포함된 ‘서울의료원 직원들은 조문을 안 왔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근거로 볼 수 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한다. 문제는 이같은 태움 문화의 여파로 간호사 희생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이다. 1년 전에도 서울아산병원 C간호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C간호사가 근무한 아산병원과 주변인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고인의 유족들이 주장하는 폭행 등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사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간호사이기 때문에 규율이 엄격한 것은 사실”이라며 “병원도 고참 간호사와 신임 간호사를 묶어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의료원 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인이어서 결과를 지켜보고 언급해야 한다”면서 “정초부터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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