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제재 강화 방안 포함된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발표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검증 제대로 될지 의문

정부가 대기업 총수일가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제재 수준을 높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총수일가의 해외 주식·부동산 취득 신고에 대한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검증 수준이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무를 것이란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기업은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지분 1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거나 해외 부동산을 취득·임대할 경우 이를 우리나라 과세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 때 해당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증빙자료가 늘어났고 과태료도 상향됐다.

구체적으로 해외직접 투자 시, 현지법인 명세서나 재무상황표, 손실거래명세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개인은 기존 건당 300만원에서 500만원, 법인은 건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증빙자료 제출 범위에는 해외영업소 설치현황표를 추가했다.

해외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임대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1억원 한도로 취득가액의 10%가 과태료로 부과하기로 했다. 해외 직접투자와 해외부동산에 관한 명세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당사자는 취득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한다.

정부의 이 같은 역외탈세 제재 강화는 대통령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라면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대기업 총수일가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선대회장인 고 조중훈 회장에게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고 수백억원대의 상속세 탈루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가 역외탈세에 대한 제재수준을 높였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과태료가 상향됐다고는 하지만 금액 자체가 매우 낮을뿐더러 과세권 밖에서 벌어지는 주식·부동산 취득 활동을 정부가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의 경우 우리 국세청 요원이 직접 가서 확인해야하는 데 인력의 한계가 있다. 제출받는 자료 또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데 당사국과의 조세협정 수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도 감사보고서에 떡하니 올려놓는 마당에 현재 제재 강화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과세당국은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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