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연기에 증권 매각 카드 일단 제외
자본확충 필요한 교보생명…상장시 공모 규모에 관심 집중
상장 완료후 조달 자금 규모 확인 필요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교보생명 기업공개(IPO)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확충이 필요한 교보생명의 입장에서 자회사인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방안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 이미지=시사저널e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교보생명 기업공개(IPO)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확충이 필요한 교보생명의 입장에서 자회사인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방안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 이미지=시사저널e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교보생명 기업공개(IPO)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확충이 필요한 교보생명의 입장에서 자회사인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방안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일단 교보생명이 상장에 기댈 것이라 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교보생명이 통상적 수준의 검토 결과 당사 지분 매각안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음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거론되던 교보증권 상장은 당분간 현실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내려놓은 이유로는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연기가 꼽힌다. 지난해 여름 교보증권 매각설이 한창 떠오를 때만 하더라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는 IFRS17 적용을 2021년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4일 진행된 정례회의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하면서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시간을 벌게 됐다.  

교보생명은 향후 도입될 신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험 계약을 판매한 시점에서 향후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금액을 계산해 부채로 잡았다면 이제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서 과거 고금리 시절 이자율이 10%였고 현재 2% 수준이라면 동일한 금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분모가 5분의1로 줄어든다. 

◇신회계기준 도입에 자본확충 부담

생보업계에서는 교보생명 뿐만 아니라 대다수 업체들이 IFRS17 도입으로 부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고금리 시절 고정금리로 상품을 판매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IFRS17이 도입에 앞서 자본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네 따르면 교보생명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자본 규모는 2조~5조원 가량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자본 규모는 9조9700억원 수준이다. 보유 자본 규모에 비해 부담이 될 만한 규모지만 일단 IFRS17 시행이 연기되면서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일단 내려놓게 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교보생명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는 기업공개 이후 교보증권 매각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얼마나 될지 확정한 뒤 결과에 따라 다른 카드를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최근 상장 주관사에 미래에셋대우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등을 추가하는 등 상장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크레디트스위스와 NH투자증권을 상장을 포함한 포괄적 자본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주관사로 선정했을 때보다 많은 3곳을 상장 작업에 합류시킨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경우 결단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일단 상장 카드부터 상수로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교보생명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교보증권 매각설은 다시 떠오르지 않겠지만, 상장후에도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매각설은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보업계 극심한 저평가 상태

교보생명이 상장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생보업 전반이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생명보험사 5곳 가운데 교보생명과 함께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사비율(PBR)이 각각 0.51배, 0.34배 수준에 불과하다. PBR은 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1보다 낮을 경우 시가총액이 순자산 총액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교보생명의 지난 3분기말 순자산총액 9조9738억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PBR 0.51배를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5조원을 조금 넘는다. 따라서 2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0% 지분을 내놔야 한다. 여기에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풋옵션을 부여받은 재무적투자자(FI)들도 부담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교보생명 FI들은 지난해 지난 9월 풋옵션 행사를 결의했고, 한달 뒤인 10월에는 교보생명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주발행으로 인한 지분희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장 만으로 자본확충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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