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부당한 인사·재판개입 단언코 없다”
‘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부당한 인사·재판개입 단언코 없다”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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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기자회견 부적절 지적엔 “편견 없이 봐달라”
검찰 포토라인 안 서고 곧바로 조사실 향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검찰 조사 전 입장 발표에서 다수의 법관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것에 국민과 법관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개인 혐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면 부인했다. 기자회견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질문에도 편견과 선입견 없이 봐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정각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 9시 30분 예정된 검찰 소환 일정에 맞춰 이뤄진 입장 발표는 약 5분간 진행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국민들을 향해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는다”라며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자신이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면서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을 끝마쳤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증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 이어진 질문에는 부정으로 일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일생을 법원에 근무하면서 (검찰 소환에 앞서) 법원에 한 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재판개입이 단언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느냐”라는 물음엔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검찰 수사에서 관련 자료와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떠한가”라는 반문엔 “누차 말했듯이 그런 선입감을 갖지 마시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약 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준비된 차량을 타고 검찰 청사로 향했다. 검찰 청사에도 수많은 취재진이 대기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아무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 검찰, 재판개입 등 40개 범죄 혐의 집중 조사 계획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범죄사실)는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핵심은 일제 전범 기업 강제노역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박근혜 청와대 요청에 따라 2013년부터 5년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데 앞장섰다는 혐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합 회부 결정권자이자 전합 재판장인 대법원장 신분이다. 또 검찰 조사 결과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인인 한아무개 변호사와 세 차례 독대하는 등 거래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핵심 혐의 중에는 이른바 법관블랙리스도 있다. 그는 2012∼2017년 자신의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행정처에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실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불이익을 줄지 직접 브이(V) 표시를 하는 등 법관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15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상당한 만큼 조사는 밤 늦게 또는 수일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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