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벌점 경감기준 개선했지만…일부 공시의무ㆍ담합 사건 등 ‘무딘 칼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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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도급 위반 관련 벌점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제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공시의무나 담합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의 제재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하도급법 위반에 부과되는 벌점제도의 감경 요건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기업이 법을 위반하면 제재 유형별로 경고 0.5점, 시정명령 2점, 과징금 2.5점, 고발 3점 등을 부과한다. 이런 식으로 벌점이 쌓이면 3년 누적치를 계산해 5점이 넘을 경우 공공입찰을 제한한다. 10점을 넘기면 영업정지 조치가 가해진다.

위반했을 경우 벌점이 쌓이지만 일정 사유를 충복할 경우 감경도 해준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 -2점, 하도급대금 현금결제비율이 100%면 -1점,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 최우수 업체로 선정될 경우에는 –3점 등을 적용해 벌점을 깎아준다.

감경제도로 벌점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1995년 영업정지 항목이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실제 이 규정으로 제재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런 비판에 따라 공정위는 벌점 감경제도를 현재 기준에서 50%씩 깎고, '대표이사나 담당 임원이 하도급법 관련 교육을 이수했을 경우' 등은 아예 경감사유에서 삭제했다.

공정위가 벌점제도 개선 등으로 법위반 사업자에 대한 제재 수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여전하다. 대기업 공시의무 위반이나 담합사건 등에서 특히 이런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간 국내 대기업의 지주회사 설립·전환과 사업내용, 기업집단의 주식소유 및 채무보증현황 등 신고의무를 위반한 기업에게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위반 사례 80여건을 확인하고 ‘경고’ 처분만 내렸다. 이 같은 제재를 받은 기업명단에는 삼성, 현대, 롯데, SK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담합사건에서도 공정위의 칼날은 무디다. 올 초 브랜드 학생복 업체의 대리점들이 충북 청주시 소재 중·고등학교 교복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하다가 적발됐지만 과징금 부과 없이 단순히 시정명령만 내려졌다. 2014년 교복 입찰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 적발된 담합 사건이었지만 매출 규모가 작고 담합이 청주시에서만 이뤄졌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제재수준을 대폭 낮췄다.

공정위가 ‘경제검찰’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제재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벌금 자체가 매우 낮아 ‘돈만 내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인사도 “경제검찰의 역할 수행을 위해 공정위에 좀더 강한 제재수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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