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노사, 고객 모두 피해자였던 국민은행 파업
  • 이용우 기자(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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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에서 시작한 국민은행 노조 파업
노사 관계 해결 못한 사측 책임보다 파업 벌인 노조 비난만 증폭
직원들의 대규모 항의 있다면 사측은 그 이유 고심해 타협 이뤄내야

국민은행 노조 파업이 끝났다. 이토록 부정적인 여론으로 시작한 노조 파업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노조는 강행했다. 여론과 언론의 비난 속에서 말이다. ‘가진 자가 더 한다’는 프레임은 어느 파업보다 심했다. 성과급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본사 앞을 지난 1년 동안 왕래한 사람이라면 이번 파업을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노조는 작년 한 해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사측에 대한 항의를 계속해왔다. 결과는 이번 총파업으로 번졌다. 대화의 물꼬가 1년 동안 트이지 않았던 것이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틀어진 노사 관계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온 사측의 책임도 물을 수 있다. 지금은 노조에 ‘굳이 파업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질문만을 던진다. 혹시 노조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비난은 아닐지 생각하지 않는다. 

큰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꼭 작은 사건들이 징후를 보인다고 했다. 사측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기회들은 지난해 충분했다. 노조가 파업 단행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 54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영업 차질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파업을 막는데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반대 측의 반발만 야기할 뿐이었다. 국민도 사직서 제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파업만은 안 된다며 제출된 집단사직서에 대해서 왜 진작에 직을 걸고 노사 관계를 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만 무성했다. 

파업장에 온 직원들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성과’였다(일각에선 파업장 참석 인원이 5000명이라고 한다. 어느 근거로 한 말인지 모르겠다. 파업장에서 어림잡아 계산해도 참석인은 8000명 이상이었다). 성과는 강조하면서 직원은 생각하지 않는다가 이번 파업의 큰 주제였다. 너무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만큼의 보상은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요구한 내용만 봐도 그렇다. 직급별 호봉에 상한을 두는 페이밴드 폐지, 점포장 후선 보임제 기준 완화, L0 여성 직원의 근무경력 인정 모두 근원에는 하나같이 성과주의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담겼다. 페이밴드 확대나 점포장 후선 보임 기준 강화는 지금보다 훨씬 치열한 영업환경을 예고한다. L0 직원의 근무경력 불인정은 은행에서 일한 것에 대한 처우개선과 맞닿았다. 

이번 파업은 은행 고객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견 맞는 말이다. 사측이 긴장한 것도 ‘고객 불편’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페이밴드 적용 확대, 점포장 후선보임 기준 강화, L0 직원의 근무경력 불인정은 직원의 근무 여건을 볼모로 잡은 건 아닐까. 그것이 실적을 객관화한 기준이라고 해도 직원들이 이 제도를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수단처럼 느낀다면 은행도 다시 생각해볼 여유라도 없었을까. 이런 와중에 성과급도 줄어든다면, 반길 직원이 있을까? 근무 여건이 계속 어려워질 텐데 말이다. 

파업에 참가한 한 사람은 “은행원도 노동자”라고 말했다. 은행원이지만 할 말은 하고 싶다는 뜻이다. 헌법상의 노동3권은 단순하게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보장한 권리가 아니다. 노동3권은 노동자가 ‘희생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자가 자신의 희생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은행 직원도 마찬가지다. 먼저는 고객을 위하겠지만 고객을 위해 희생하길 바랄 고객은 없다. 제 업무만 보면 되는 게 고객이다. 과한 건 고객도 싫다. 일각에선 노조가 고객들이 노조의 파업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대외적 파업의 명분이 된다고 말이다. 고객이 비난하면 파업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고객의 신뢰가 하락해 부메랑처럼 피해가 은행에 발생해도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훗날 은행 직원들이 처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법률이 허락하는 선에서 파업은 정당한 일이 된다. 

이번 파업으로 결국엔 은행, 노조, 고객 모두 피해를 봤다. 은행만 피해본 게 아니다. 노조만 잘못한 게 아니다. 모두가 피해자다. 사측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 파업을 ‘억대 연봉자의 파업’으로만 몰고 가는 여론이 있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이 사태가 한시 빨리 마무리돼 더 이상의 파업이 없길 바란다. 사측은 옳고 노조는 틀렸다는 식의 프레임도 멈춰야 한다. 더는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노조의 시위가 없는 2019년이 되어야 한다.  

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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