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신분, 기자회견 장소와 시점 등 부절적 지적 제기돼
류영재 판사 “당황스럽고 치욕”, 박주민 의원 “법원에 무슨 메시지를 주려고”
대법원에 공식 요청은 아직 없어…“중요 결정 사안 있으면 알릴 것”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피의자 신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 공무원의 신분,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장소와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3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오전 9시쯤 대법원에서 소회 등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으며, 대법원 정문 안 로비 정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의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양 전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가 전직 대법원장이긴 하지면 현재는 일반인 신분인데다, 대법원에서 검찰 청사로 이동할 경우 수사에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여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참신한 발상인데 당황스럽다.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들에게 치욕을 안기실 건가”라고 한탄했다.

류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임을 지적하며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재판을 할 법원 내에서 마치 법원을 대표하는 양 법관들과 국민들을 향해 의견을 내다니. 어느 피의자가 그럴수 있는가”라며 “정말이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법관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외관 창출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사법부의 수장이셨던 분께서 왜 불필요하게 재판의 공정성을 흔들고 후배 판사들에게 부담을 안기시는가. 퇴임했으면 사인인데 공사구분이 전혀 없다”라고 꼬집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이 소환한 것도 아니고... 법원에 무슨 메시지를 주려고... 검찰은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썼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공식 요청은 대법원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자회견 허가 여부 등 중요한 결정이 나올시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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