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 판례 따라 올해 1월부터 아이돌보미 휴식시간 의무화
아이돌보미 사실상 휴식 어려워…전문가들 “현장 반영한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그동안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아이돌보미들은 하루 평균 30분 정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게 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그동안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아이돌보미들은 하루 평균 30분 정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게 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 사진=셔터스톡

“아이를 돌보는 게 저희 업무인데 쉬는 게 가능할지…”

정부가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그동안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던 아이돌보미들은 하루 평균 30분 정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게 됐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아이들로부터 눈을 떼기 힘들고 휴식 공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법원이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정부가 올해 1월부터 휴식시간을 의무화했다. 현행법상 아이돌보미들의 연속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이면 30분, 8시간 이상이면 1시간의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사이에 부여받게 된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한 서비스로 가정의 양육부담 및 양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맞벌이 가정 등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1대 1로 돌봐주는 형태다.

만약 하루 평균 4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이라면, 아이돌보미가 중간에 30분은 아이 곁에서 떠나 휴식을 취해도 된다는 의미다. 다만 아이돌보미들의 휴게시간동안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이돌보미 휴게시간동안 친·인척이 돌봄을 대체하거나 대체 아이돌보미 파견을 서비스 제공기관에 요청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즉 하루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의 경우 아이돌보미가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게 되기 때문에, 30분의 공백 기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또 다른 아이돌보미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돌보미를 추가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돌보미가 활동하려면 80시간 교육, 10시간 실습을 받아야하는데, 추가 인력을 단기간에 뽑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 돌보미를 더 뽑더라도 부모들 돌봄 수요가 아이들 등·하교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에 인력난이 해소되기 어렵다.

서울 한 아이돌봄센터 관계자는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 상황이면 추가로 아이돌보미를 고용해야 한다”며 “특히 유치원, 어린이집 하원시간 또는 직장인들 퇴근시간은 수요가 몰려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최아무개씨(42)는 “아이들은 한 눈팔면 다치거나 위험에 처하는데 아이돌보미가 휴게시간을 갖는 동안 아이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냐”면서 “그 시간동안 추가 고용하려면 그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돼 부담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 이아무개씨(35)는 “아이를 가정에서 돌봐줄 상황이 안돼서 돌보미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건데, 친·인척에게 맡기라는 건 말도 안된다”며 “아이들도 돌보미가 휴게시간을 갖는 동안 새 돌보미로부터 돌봄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보미들도 근무시간에 휴식시간을 부여 받더라도 아이를 방치한 채 편히 쉴 수 없고, 특별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은 실효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아이돌보미 김아무개씨(44)는 “휴식시간 동안 아이가 다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돌보미에게 있지 않냐”면서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쉬는 시간과 근무시간의 경계가 사실상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휴게시간 보장은 바람직하지만, 직업 특성상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휴게시간이 주어져도 제대로 쓰기 힘들다”며 “현장 상황, 목소리를 반영해 아이돌보미 인원을 늘려 노동 강도를 분배하거나 이들에게 일종의 보상조치를 마련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가족문화팀 직원은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여러 의견을 감안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