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5년 만에 정부 심의 통과
사업비 규모 2조5600억원, 시공 지분 70%
향후 4~5년간 수천억원 매출 기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립 사업이 정부의 최종심의를 통과했다. 사업이 추진된 지 5년 만이다. 이번 결과를 가장 반기는 그룹 내 계열사는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최근 국내외 건설경기의 불확실성 커지는 가운데 GBC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체면을 구겼던 현대건설이 GBC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GBC 사업은 축구장 11배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7만9342㎡)에 신사옥을 포함한 빌딩 5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세부적으로는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와 문화 기능을 갖춘 메인타워(신사옥) 1개 동 ▲호텔·오피스텔(35층) 1개 동 ▲컨벤션·공연장(6~9층) 3개 동 등이다. 가장 높은 메인타워는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정도 높다.

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10조5500억원(3.3㎡당 4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는 당시 감정가(3조3466억원)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당초 그룹은 2016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여러 부침을 겪었던 GBC 사업은 지난 7일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그동안 심의에 묶여있던 6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투자 사업들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숙원사업인 GBC 건립이 추진 5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면서 그룹은 한 숨 돌리게 됐다.

무엇보다 공동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GBC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당초 업계에서는 GBC 착공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액만 매년 5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연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은 두 건설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최근 국내외 건설시장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GBC 사업은 두 건설사에게 엄청난 시너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GBC의 공사비는 2조560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은 70%(1조782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30%(7680억원)의 시공 지분이 있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와 해외수주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실적 하락세를 걸었던 현대건설은 시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향후 4~5년간 매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9861억원) 대비 4.3% 줄어든 9440억원이다. 상장 대형 건설사 중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 1위 자리도 GS건설에 내주는 등 업계 ‘맏형’으로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GBC가 착공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발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 공사 수행 협력업체나 장비 자재 사용이 활발해지고 주변 상권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룹 내에서는 GBC 사업을 올해 상반기 내 착공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실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그룹은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을 투입한 이후 현대건설과 협력 업체들에 3월 사업 재개를 위한 조직 재정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GBC 사업의 착공 시기는 올 5~6월로 점쳐진다. 현재 남은 절차는 서울시의 건축허가와 굴토 심의다. 이 과정에서 약 4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입주는 2023년경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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