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기라는 표현은 선정적"
"지난해보다 성장 탄력은 둔화됐지만 긍정적 요인도 많아"
"비관론 속 역발상 투자 생각해봐야"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평균해보면 코스피는 잘해야 2400선이다. 해외 증권사 중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 무역분쟁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국 부채 문제, 유럽의 정치적 불안 등 잠재된 리스크만 여럿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론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시장 환경은 녹록치 않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여의도 키움파이낸스스퀘어에 만난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경기를 판단해보면 경기 둔화에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상황은 맞지만 당장 위기가 닥친 수준은 아니다”며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국제 유가 하락,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후퇴 가능성 등 긍정적인 요인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최근 부정적인 전망에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들에 대해선 역발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산 시장은 예측불가능한 곳이다. 증권사에서 자산가격 예측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시장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며 “올해 악재가 많지만 역발상으로 접근해 충분히 저평가돼 있는 자산이나 배당을 잘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분산해 투자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1993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에 입사한 후 교보증권, 굿모닝증권에서 경제 분석 및 정량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거쳐, 현재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업계 안팎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 거시경제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 증시를 총평한다면.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의 수급은 달러에 좌우된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낀 해였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하락 압력이 가중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한국 증시의 낙폭이 진정됐었다. 이는 한국 증시에서 달러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교체한 게 결국 큰 악재가 됐던 해였다. 2014년 이후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데에는 연준이 시장 기대를 잘 컨트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장 예상과 달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 기대를 통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미숙함을 보였다. 이 영향에 국내 증시가 흔들렸다."   

-올해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양대 사건이 있다. 첫째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고 둘째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이 악영향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탄력 둔화로 이어지면서 올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가 둔화할 때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위험해진다. 몸이 건강할 때는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약한 감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몸이 취약할 때는 심각한 경우 폐렴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비슷한 이치다. 특히 심리적인 부분을 통제하지 못 할 때는 패닉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위기 상황으로 봐야하는 것인가?

"불황이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지금 위기가 왔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016~2018년 연속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그만큼 기업들의 곳간이 튼튼하다. 연 1000억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기록해서 외환보유 수준도 사상 최대다. 한국은행 정책금리는 1.75% 수준이고 앞으로 금리 동결 가능성도 높다."

"위기는 외부에서 어떤 위기가 올지 몰라야 큰 충격을 주는 건데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말은 선정적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올해 핵심적으로 봐야할 리스크가 있다면?

"역시 유럽이다. 다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지만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것), 양극화에 따른 유럽 정치적 불안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중국은 아직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유동성도 충분히 공급하고 있어서 문제는 없어 보인다.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부채다. 부채가 과하고 증가하는 속도가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무역 분쟁이 잘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없다고는 보지만, 갑자기 판로가 막혀 기업들의 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 중국이 어느정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지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미 연준이 지난해 한 해 금리 세 번 올리겠다는 걸 네 번 올리겠다고 했다.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굉장히 매파적인 행동을 했다. 올해에도 금리 인상을 공격적으로 인상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인들은 있는 건가?

"물론이다. 지난해 한국정부가 너무 긴축했다. 그래서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해서 아직 결산은 안 나왔지만 대략 35조원 이상 흑자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왕창 걷어서 안 쓰고 쟁여놨다가 안 쓰거나 자기 빚을 채권 바이백으로 갚았다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까지 잘못했는데도 올해 성장률이 2.7~2.8% 나온 것은 잘한 것이다. 올해 재정 지출의 추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재정 긴축으로 낮췄던 성장률을 올해에는 재정 지출 확대로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둘째, 국제 유가가 많이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많이 하락하게 되면 물론 사우디, 이란, 이라크 등 산유국이 힘들어지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선박쪽이나 해외건설 수주가 줄 수 있다. 대신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미 연준의 입장에선 금리인상 요인 하나가 없어지게 된다."

"셋째,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자 실질 구매력이 강화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올해는 악재만 있는 시장은 아니다. 지난해는 연준의 금리 인상, 미중무역분쟁의 충격에 내부에서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외부 충격이 계속될진 모르지만 내부 대응 여력은 더 높아졌다."

-증시 비관론에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산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곳이다. 증권사에서 자산가격 전망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잘 맞추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느정도 시장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시장이 좋으면 증권사도 좋기 때문에 낙관적인 편향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증권사들 조차 비관적일 때는 역발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자산 가치가 충분히 저평가 돼 있는 기업, 배당을 잘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해볼 여지가 있다. 선진국 자산이나 달러자산 등 안전자산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분산해서 가면 좋은 기회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올해가 되려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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