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사고 업무 비정규 노동자 추천 인사 참여해야 진상규명 가능” 반발
고용부 “해당 사업장 노사가 참여해야” 입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행진해 도착한 청와대 인근에서 '내가 김용균이다'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행진해 도착한 청와대 인근에서 '내가 김용균이다'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업무 중 사망한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근로감독 과정에 김용균씨 사고가 난 업무를 맡고 있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해당 사업장 노사가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자,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사고 원인과 사업장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특별근로감독 기간은 지난 4일까지였으나 11일로 일주일 연장됐다.

하지만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제대로 된 사고 진상규명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8일 밝혔다. 김용균씨 사고가 난 업무인 발전소 정비, 운전 업무를 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조성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장은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 사고 업무를 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와 시민대책위가 추천한 인사를 고용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났던 업무는 하청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인데 당사자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김용균씨 유가족은 사고의 진상규명 처리 등을 시민대책위원회에 위임했다”며 “특별감독 후 안전보건진단을 하게 되는데 진상규명의 첫 시작부터 당사자가 제외된 상황”이라고 했다.

특별근로감독 과정에 노동자 측에서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서부발전노조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에 조 팀장은 “김용균씨 사고 업무는 하청 노동자가 맡고 있던 업무로 하청 노동자가 잘 알며 당사자다”며 “서부발전 노조는 정규직 노조다. 서부발전 정규직원은 하청 노동자를 관리하고 전기 생산의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이제껏 정규직원들이 하청 노동자 목소리를 듣거나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하청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부발전에는 두 개의 정규직 노조가 있다. 하나는 한국노총 산하 서부발전노조로 1300여명이 여기 속해있다. 또 다른 노조는 민조노총 산하 한국발전산업노조로 160여명이 속해있다.

이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에는 해당 사업장 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이와 다른 단체들도 속해있는 시민대책위가 추천한 사람을 특별감독 과정에 참여시키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해당 사업장 노조인 한국발전기술지회에 참여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시민대책위가 추천한 이가 참여하지 못하니 자신들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만 한국발전기술지회가 서면으로 제출한 안전 개선 요청 부분을 특별감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애 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안전조치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상급노조 사람이 특별감독에 참여하도록 요청했다. 고용부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부발전 하청 노동자인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시민대책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추천인에 동의한다”며 “정규직 노조는 하청 노동자들 현장 업무를 관리, 감독했다. 직접 현장에서 일한 우리 하청 노동자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지난달 국회서 처리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전부 개정안이 아직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전면금지, 사업장 내 근로자 안전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 확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 신설, 안전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담겼다. 특별감독은 기존 법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한인임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하청 노동자가 추천한 사람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은 현행법 수준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시민대책위가 추천한 인사가 참여했다면 현행법을 넘어 구조적 문제점을 볼 수 있었다”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원청 책임 강화와 처벌 수준은 지난달 국회서 처리된 산업안전보건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민대책위 추천 인사는 현행법 자체의 문제점도 함께 조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이번 특별근로감독도 지난 과거의 특별감독처럼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거나 하청에 책임을 전가하는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며 “원청에 김용균씨 사망 사고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이번 특별근로감독에서 원청의 안전 조치 관련 법위반 사안과 과태료 위반 사안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원청에 대한 경제적, 사법적 처벌이 부담을 느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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