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된 'IB 부문 조직 확대'와 'IB 출신 CEO'
너도나도 IB 강화에 중소형사 생존 경쟁 더욱 치열해져

올들어 증권업계의 두드러진 변화로 IB(투자은행) 부문의 강화가 꼽힌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증권 위탁매매) 수익성 악화에 돌파구로 IB 부문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 수장을 IB 전문가로 채우는 등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초대형IB를 중심으로 IB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어서 중소형 증권사의 IB 경쟁력 강화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IB로 무게추 옮기는 증권사들

증권사들 사이에서 IB 중심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조직 개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IB 부문에 총괄직제를 도입했다. 나아가 IB부문은 투자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종합금융3본부와 프로젝트개발본부를 신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KB증권 역시 IB부문의 경우 IB 1총괄본부와 IB 2총괄본부 체계로 확대 개편했다. 한국투자증권도 IB1본부 기업금융담당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강화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최고경영자(CEO)에 IB 출신 전문가를 앉히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신임 대표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GMS(투자운용사업그룹) 부사장을 내정했는데, 김 내정자는 증권업계에서 ‘채권통’으로 이름을 날린 IB 전문가로 통한다. KB증권 역시 각자 대표 중 한 명으로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선임했는데 김 대표는 KB증권의 IB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말 IB 부문 전문가인 정일문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IB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옛 대우증권과의 통합법인이 출범한 지난 2016년 말 이후 현재까지 최현만·조웅기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조웅기 대표는 옛 미래에셋증권에서 IB 법인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로 통합 이후 IB 부문을 총괄했다. 지난해 초 부임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IB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전문가다.

증권사들이 IB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과거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브로커리지 중심이었다. 하지만 증권사간 브로커리지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 쳤다. 게다가 브로커리지는 증시가 부진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는 특징도 있다. IB 역시 경쟁이 심한 부문이긴 하지만, 인적 역량에 따라 시장 파이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여기에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서도 IB 역량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 ‘너도나도 IB’···고민 깊어지는 중소형증권사들  

이는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도 IB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IB 인력 수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이베스트증권은 지난해 말 류병희 전 케이프투자증권 IB본부장을 IB사업부 대표(부사장)로 영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IB사업 확대와 육성을 위한 조직 확대 개편을 단행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IB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직개편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러한 효과를 맛보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초 IB 사업 영업력 강화를 위해 IPO(기업공개) 부서를 둘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했는데 전년 4건에 불과했던 IPO 건수가 지난해에는 8건으로 증가했다. IPO 주관실적 금액 역시 전년 171억원에서 지난해 206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IB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조직개편에 나섰는데 3분기 실적에서 IB 부문의 약진으로 호실적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IB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화 등을 통해 중소형증권사들이 IB 부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IB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이 악화된다면 시장 파이를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IB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초대형IB’ 정책은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자본 규모에 맞춰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사업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초대형IB에 허용된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에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올들어 증권업계의 두드러진 변화로 IB(투자은행) 부문의 강화가 꼽힌다.  다만 초대형IB를 중심으로 IB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어서 중소형 증권사의 IB 생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그래픽=셔터스톡.
올들어 증권업계의 두드러진 변화로 IB(투자은행) 부문의 강화가 꼽힌다. 다만 초대형IB를 중심으로 IB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어서 중소형 증권사의 IB 생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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