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 위원장,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임박 전망…후보지는 태국ㆍ베트남ㆍ미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0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0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와 친서를 통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새해 벽두부터 급속한 탄력을 받고 있다. 북·미 양국은 대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향후 북미협상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전격 방문하면서 남·북·미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비핵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중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진행하기 앞서 중국을 방문한 적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임박했다는 데 힘이 실린다.

실제 8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 선정과 관련해 태국 방콕과 베트남 하노이, 미국 하와이를 답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중 관영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3박4일 일정(7~10일)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라고 공식 확인해주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설주 여사,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박태성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방중 일정에 동행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 신화통신 등 매체들은 8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초청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시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신 시진핑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2019년 1월7일부터 10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게 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공식적으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 6·12 1차 북미정상회담 약 한 달 전에도 방중해 시 주석과 회담을 가졌던 만큼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상당 부분 구체화된 것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특별열차를 타고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했다. 지난해 5월과 6월에는 전세기를 타고 각각 다롄과 베이징을 방문해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북중정상회담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 정상간 만남이 2차 북미정상회담 전 양국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기싸움을 펼치고 있고 북한도 미국과 대북제재, 비핵화 상응조치 등으로 줄다리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행보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평화체제 문제를 본격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앞서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 중 ‘정전협정 당사자’라는 표현은 사실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주체를 ‘남·북·미·중’ 4자로 확장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간 것은 신년사에서 언급한대로 평화체제 부분에서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다자협상’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 그대로 유리한 협상을 위해 중국과의 전통적 우호 협력을 통해 비핵화 관련 조치 사항을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 위원장 방중, ‘새로운 길’ 모색 가능성

이러한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그가 말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과의 행보를 보여주며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택할 것이라고 경고한 지 며칠 만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는 있으나 대북제재 완화 등의 상응조치가 없다면 대화판을 흔들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북ㆍ중과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주에 발표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비난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북한이 방중한 것은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남·북·미·중 다자협상 도중 한 사안으로 쏠려 논의가 이뤄지거나 이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북미 간 2차 회담을 연다는 것은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조치를 어느 정도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그게 핵 리스트와 관련된 진전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핵 리스트를 내놓았을 전제하에 미국은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부분 완화를 내놓을 것인데, 미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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