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처리 속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파업 인지한 고객 내방 많지 않아“

KB국민은행 서울 중구 중부지점에서 한 고객이 은행원에게 상담받고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KB국민은행 서울 중구 중부지점에서 한 고객이 은행원에게 상담받고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중부지점 입구엔 파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파업 당일 창구 방문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은행 안으로 들어가자 10개의 창구 중 4개 창구에만 직원이 앉아 있었다. 관계자는 평소의 절반 정도만 출근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의 주요 쟁점은 성과급 규모,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이다. 사측은 성과급 규모에 대해선 노조측 요구사항인 ‘시간외수당을 합쳐 300% 성과급 지급’을 수용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두고 노조측은 직급과 무관하게 1년 늦추자고 주장했고, 사측은 부장・지점장 등 간부급과 사원급을 구분 적용하자고 맞섰다. 페이밴드 역시 사측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노조측은 이를 거절했다. 협상이 무산되자 지난 7일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약 2km 떨어진 곳에 거점점포…“안내 문자라도 해줬어야”

KB국민은행은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전국 1058개 모든 영업점을 열었다. 다만 거점점포로 지정된 411개점(39%)에서만 각종 대출, 기업 금융업무가 가능하고 나머지 647개점(61%)에서는 상황에 따라 제한됐다. 대기자가 많은 경우엔 거점점포를 안내하는 식이었다.

은행 입구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KB국민은행 서울 중구 충무로역지점 입구에 사과문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문제는 일반점포에서 거점점포까지의 거리였다. 고객들은 2km가량 떨어진 거점점포를 언제 가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세 자금을 대출 받으러 왔다는 최모씨는 “안내받은 거점점포 위치를 확인해보니 상당히 멀다”며 “개별적으로 문자 안내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추운 날 30분 넘게 걸어서 거기까지 가야 한다”며 화를 냈다.

실제로 비거점점포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거점점포인 서울 용산구 용산점까지의 거리는 네이버 최단 거리 기준 1.78km이다. 도보로 30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다른 지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거점점포인 서울 관악구 조원동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거점점포인 신림서지점까지의 거리는 네이버 기준 1.52km이고, 서울 서초구 서래지점에서 거점점포인 방배중앙지점까지의 거리는 1.44km였다.

이에 KB국민은행 측은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거점점포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접근하기 쉽고, 영업점 규모가 커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거점점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업무 처리 속도 평소와 큰 차이는 없어…내점 고객 많지 않아

8일 열린 서울・수도권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엔 서울・수도권 조합원 5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는 전체 노조 조합원 1만4000여명 중 약 40% 수준이다.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고객들은 업무 처리 속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거점점포중 하나인 남대문지점을 방문한 유모씨는 “어제 파업 기사를 보고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며 “평소에도 점심시간엔 20~30분 정도 기다린다.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출근한 KB국민은행 직원들도 고객들과 같은 반응이다. 남대문지점 관계자는 “내점 고객이 많지 않다”며 “업무가 마비될까 걱정 했는데 손님들이 파업을 인지하고 오지 않으신 것 같다”며 영업엔 무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올해 지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지점에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28일까지 13개 지점(지점6개, 출장소6개, PB센터1개)을 줄일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28일까지 안국역점 등 5개 지점과 2개의 출장소를 통폐합한다. 지점 방문 고객이 줄어든 이유는 모바일·PC 등 인터넷뱅킹 이용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인터넷뱅킹 서비스 일평균 이용 건수는 이전 분기보다 7.5% 증가한 1억1664만건에 달한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이날 열린 파업을 경고성 파업으로 정의했다. 이후에도 사측의 태도가 변함 없으면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선수촌지점도 정상 영업하고 있었다. 내부 촬영은 거부됐다. /사진=최창원 기자
KB국민은행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지점도 정상 영업하고 있었지만 내부 촬영은 거부됐다. /사진=최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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