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노조원 9000여명 모여…핵심 쟁점 4가지로 좁혔지만 여전히 평행선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현장. / 사진=이용우 기자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현장. / 사진=이용우 기자

“성과급이 파업 핵심 쟁점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이미 성과급 쟁점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국민은행 총파업과 관련해 일어난 성과급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성과급 문제가 아니라 은행 내 차별의 관행을 없애는 것이 이번 총파업의 최대 쟁점이라고 전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 외에도 페이밴드(호봉상한제), 임금피크제 등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다. 국민은행의 노사 갈등 해결은 총파업 이후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8일 KB국민은행 노조는 19년 만에 총파업을 실시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이번 파업은 이날 3시까지 계속됐다. 노조는 전날 밤 9시부터 전야제를 실시했다. 전야제부터 9000명 넘는 노조원이 모여 밤샘집회를 가졌다. 

◇ 총파업 촉발된 4가지 사안서 노사 타협 못 찾아 

노사는 총파업 이후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일요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협상이 진행됐고 이후에도 계속 협상이 있었다. 총파업 전야제 당일 오전 11시에 허인 행장과 만났다”며 “전야제 전에 성과급에 대한 수정안을 사측이 제안했다. 하지만 다른 주요 쟁점들에 있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파업 핵심 쟁점은 4가지라고 전했다. ▲신입행원에 대한 기본급 상한 제한(페이밴드) 철폐 ▲비정규직이었던 L0 여성 직원들의 과거 근무 경력 인정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산별합의안 대로 1년 연장 ▲점포장 후선 보임제 조건 완화 등이다. 

KB국민은행 노사 파업 쟁점 사안.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KB국민은행 노사 파업 쟁점 사안.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그는 “이번 파업은 차별의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사측은 신입 사원에 대한 기본급 제한은 물론 다른 임금 체계 개편까지 TF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L0 직원의 경력인정 문제도 선언적 문구일 뿐이다. 구체적 세부방안이 없다. 노조는 이 사안들은 일단 인정하고 세부 사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점포장 후선 보임과 관련해 박 위원장은 “점포장 후선 보임에 가면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복귀 기준 자체가 상향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업복귀가 어렵다. 결국 점포장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이유다. 복귀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물어보면 사측이 오직 성과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직원을 무시하는 모습에 실망해 파업에 동참했다고 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따라 파업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그때 까지 매일 24시간 교섭할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노조 요구사안, 타행과 비교하면?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에서 나온 쟁점 가운데 성과급의 경우 타행들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행들은 성과급과 관련해 대부분 노사 합의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200%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성과가 확정되면 오는 3월 100%를 주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이익이 목표치의 80%이상이 되면 성과급을 지급한다. 목표치의 80~100%, 100~150%, 150~200%로 구간을 나눠 직원들이 가져가는 비율을 정했다. 

KEB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난해 성과급 200%를 지급했다. 당기순이익 목표치의 80%를 넘으면 성과급을 주고 80~100%, 100~130%로 구간을 나눴다. 우리은행은 성과급 지급에 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올해도 노사 협상을 거쳐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 사진=이용우 기자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 사진=이용우 기자

국민은행 파업의 쟁점 사안인 페이밴드는 직급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2014년부터 신입직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사측은 전 직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 등으로 반발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페이밴드를 2006년부터 직급별로 적용 중이다. 우리은행도 팀장급 이상 승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나은행에는 관련 제도가 없다. 

임금피크제도는 이미 지난해 9월 금융권 산별교섭에서 도입 연령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된 사안이다. 국민은행 노조도 원칙적으로 산별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민은행의 적용시점은 만 55세다. 하지만 직급별로 구체적인 시점은 다르다. 부장(지점장)급은 만 55세가 되는 생일 다음날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만 팀장과 팀원급은 만 55세 다음해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사측은 진입 시기가 다르다며 팀원급에 1년 연장하되 진입 시기를 부점장과 동일하게 변경하자고 제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임단협에서 만 56세 적용으로 합의했다.

한편 허인 행장은 이번 쟁점들 가운데 성과급은 ‘보로금에 시간 외 수당을 더한 300%’를 노조에 제안했다. 임금피크제는 대상 직원이 타행보다 많고 부점장과 팀원·팀장급 직원의 임금피크 진입 시기 불일치로 조직 내 갈등이 크다며 노조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페이밴드에 대해서 허 행장은 “노조와 앞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면서 다만 “페이밴드 확대 적용은 소홀한 업무태도로 동료 직원의 근로 의욕을 꺾는 일부 극소수 직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L0 직원들의 과거 근무 경력 인정에 대해선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총파업과 관련해 “고객 불편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고객 불편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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