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 가까이 남겨둔 상태…이유 분분

김용 세계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김용 세계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김용(59) 세계은행 총재가 다음 달 1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총재는 임기를 3년 가까이 남겨둔 상태로 사퇴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김 총재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극심한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사명에 헌신하는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기관의 회장으로 일한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재는 향후 진로와 관련해 “개발도상국에서 늘어나는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투자회사에 합류할 것”이라며 “민간 부문에 참여하는 기회는 예상 못 했던 것이지만, 이것이 기후 변화와 신흥시장의 인프라 부족 같은 주요 글로벌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내달 1일부터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총재는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직을 맡아 2016년 9월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임기는 2022년까지다.

김 총재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지낸 보건 전문가로,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했다. 브라운대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 대학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9년엔 한국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AP통신은 “김 총재가 임기가 만료되기 거의 3년 전에 예기치 않게 떠나는 것은 미국이 세계은행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 불만을 지닌 다른 국가들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치열한 싸움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총재의 사임과 관련, 영국 BBC는 “김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개적 충돌은 피했지만, 그의 정책 접근은 기후 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때때로 마찰을 빚었다”며 세계은행은 미국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는 “김 총재는 자진해서 떠나는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밀려난 것은 아니”라는 세계은행 이사회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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