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정비사 부족 및 과중업무 호소…항공 안전 위해 민관 머리 맞대야

국토교통부가 매달 집계, 발표하는 항공 여객 실적 자료에선 ‘역대 최대’란 수식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공 여객 수요가 나날이 증가해 매월 정점을 찍는 까닭이다. 이 같은 호조는 업계 성장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그간 업계선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통용됐을 정도로, 기단을 늘리고 노선을 확대하면 넘쳐나는 여객 수요가 그대로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단상이 통했다.

지난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남다른 투자 규모 역시 이 같은 성장을 방증한다. LCC는 지난해에만 약 20대 항공기를 들여왔으며 수십 곳의 하늘길을 새롭게 연결했다. 업계 선두인 제주항공은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은 상장에 성공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업계선 올해에만 항공기 25대 가량이 새롭게 도입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보잉 737맥스 등 기존 운용 항공기보다 운항거리가 긴 신규 항공기를 들여오며 단거리를 넘어 중·장거리 노선까지 겨냥하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그려지진 않는다. 업계가 양적 성장을 거듭하 조종사, 정비사 등 인력 양성 시스템의 부재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 인력난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몸집을 불려가는 업계 동향에 반해 한 발 더딘 인력 수급은 유독 대조적으로 비춰진다.

특히 조종사는 국내 인력 양성 시스템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 이직도 잦은 상태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외국인 조종사를 영입하며 충원할 수 있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일부 LCC의 경우 기존 인력을 활용해 운항편을 띄울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는 현장 근로자의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 LCC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에서 워낙 연봉을 높게 쳐주다 보니 조종사 이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기장들이 동시에 회사를 나가면서 기존 인력을 활용하다 보니 오프인 기장들도 대체 근무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향후 업계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조종사 필요인력은 기장이 매년 300명, 부기장은 400명 등에 달한다. 행정당국인 국토부는 최근 면허발급에 도전하는 신규 사업자들에게까지 조종사 수급 방책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계 논리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나 조종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엔 문제의식을 함께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오는 2022년까지 약 3000명의 조종사를 양성할 계획으로, 지난 2017년부터 항공사들과 손 잡고 조종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지만 성과는 아직 비가시적이다. 

항공사들도 자체적으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경력 조종사를 선호하는 만큼 인력 양성에도 함께 나섰는지도 돌아봐야 할 일이다. 항공전문 인력의 이직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근로자 관리 체계와 함께 기업 문화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 항공사들이 더 오래, 멀리 날기 위해선 함께 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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