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중심으로 하락폭↑…전문가들 “강남4구보다 인프라 부족한 주변 신도시 영향 크게 받을 것”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전경./사진=천경환 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전경./사진=천경환 기자

서울 동남권 일대의 대규모 입주가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동남권에 집중된 아파트 물량이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권보다 위례신도시와 같은 주변 신도시의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동남권 지역에서 약 2만여가구가 입주한다. 먼저 강동구에서는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이 대기 중이며 강남구에선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송파구의 올해 입주 물량은 966가구로 예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영향으로 앞으로 모든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남권에서 실제 입주가 시작되면 일대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공급과 부동산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 동남권 전셋값과 매매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8억원 가까이 치솟았던 헬리오시티(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5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전셋값 조정기가 또 올 것이라며 손님에게 매수를 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호가 20억원대를 돌파한 잠실주공5단지(전용 81㎡)는 현재 17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부동산 업계는 강남4구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떨어지며 직전주(-0.08%)보다 하락폭이 커졌고 강남권은 0.12% 하락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강남4구 아파트 값은 0.16% 떨어져 하락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남4구보다 인근에 위치한 신도시가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신도시는 강남4구보다 상대적으로 교통망이나 생활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해 동남권 대규모 공급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난 2008년 잠실지역에 1만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주변 일대가 역전세난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상당한 수준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례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은 주로 5억원 중반에서 6억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올해 서울 동남권에 입주물량이 몰려있어 입주를 한 달만 늦추면 평균 시세보다 5000만원 정도 저렴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 강변신도시에 소재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전세가격은 4억에서 4억5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요즘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는 분위기라 조금만 기다리면 전셋값이 3억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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