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파손보다 삼성 태도가 문제, 신뢰 못 한다” vs 삼성 “정밀검사 해야 확인 가능, 고객 거부로 최소한 확인절차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건조기 중 파손된 강화유리 / 사진=고모씨
삼성전자 건조기 중 파손된 강화유리 / 사진=고모씨

두 달 전 구매한 삼성전자 건조기가 파손됐다는 주장이 한 고객으로부터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파손됐으며, 깨진 유리파편으로 수백만원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해당 고객의 거부로 피해보상을 위한 확인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건조기 폭발 주장에 대해서도 정밀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주부 고모씨(경기도 과천)가 시사저널e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하순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 건조기가 폭발한 사실을 목격했다. 당시 집 살림을 지원하는 도우미가 건조기에 세탁물을 넣은 뒤 퇴근해 폭발 당시에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건조기 내 강화유리는 깨져 있었고, 건조기를 여는 순간 유리파편이 쏟아졌다. 특히 유리 파편이 세탁물에 박혀 있어 다시 입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씨 자택에 있던 삼성전자 건조기는 ‘그랑데’ 14kg이다. 그랑데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대용량 건조기 브랜드다. 고씨는 해당 제품을 지난해 8월 구매했다.  

고씨 부부는 사건 발생 다음날 삼성전자 고객센터에 연락해 AS기사를 요청했다. 과천시 자택을 방문한 AS기사는 사진을 찍고 돌아간 후 휴대전화로 건조기를 새 제품으로 바꿔 주고 세탁물은 드라이크리닝을 해 입으라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고씨는 “AS기사가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런 건수가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씨의 남편 김모씨는 직접 AS기사를 만나 건조기 폭발 원인도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는 “내가 건조기 폭발을 어떻게 아느냐”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고씨는 전했다. 

이후 김씨와 AS기사의 통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AS기사는 깨진 강화유리를 바꿔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김씨는 기사가 아닌 책임자와 통화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부부는 삼성전자 고객센터 팀장급과도 통화를 수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고씨 부부는 삼성전자가 업무매뉴얼에 따라 성의 없는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유리 파편이 박힌 남편 옷을 꺼내 계산해보니 손해가 600만원가량 됐다”면서 “내 옷은 계산도 안 해 봤지만 남편 옷만 이 정도 피해 규모”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고씨 부부는 자택에 삼성전자 제품을 적지 않게 사용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이 발생한 후로는 폭발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한동안 전자제품 코드를 빼놓는 등 후유증도 막대했다고 한다. 

고씨는 “결국 마지막 통화에서는 고객센터로부터 일부 버린 세탁물을 제외한 피해금액이 100만원에 못 미칠 테니 영수증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피해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폭발에 대처하는 삼성에 정이 다 떨어졌다”며 “고객을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조립품이나 부속품으로 간주하는 삼성의 만행이고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건조기 폭발 여부나 원인에 대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건조기가 고객 주장대로 실제 폭발했는지, 또는 고객 실수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양해를 얻어 제품을 실험실로 가져가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데 고객이 반대해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건조기 폭발 여부와 원인 등 명확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데, 고객 반대로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을 하려면 최소한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고객이 의류 증빙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에 손해사정인이 현장을 방문해 제품을 보고 확인해야 하는데 고객 반대로 역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규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 손해배상은 손해사정인이 방문해 확인하도록 했다”면서 “고객이 사정인 방문을 거부하는데 어떻게 확인해 배상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삼성측 주장에 대해 고씨는 재차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정밀검사와 손해사정인 방문을 반대한 적이 없다”면서 “삼성과 2개월간 통화하며 계속 태도가 바뀌고 있어 신뢰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당 고객과 삼성전자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손해배상은 물론 건조기 폭발에 대한 확인 여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내에서 건조기 성장세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지난 2016년 연간 10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판매량은 130만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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