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핀테크 기업 간 제휴, 투자 풍속도 변화 이끌어
카카오·네이버 등 증권업 진출 '호시탐탐'
"기존 증권사 중대한 위협 될 것 "

새해들어 증권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과 IT(정보통신기술) 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펀드나 주식 주문 플랫폼에 핀테크 기업들이 침투하고 있다. 과거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서만 거래됐던 유통 시스템이 또다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IT 기반 기업들은 증권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어 향후 증권과 IT의 구분선은 더욱 옅어질 전망이다. 이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디지털 역량 강화를 기치에 걸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증권과 손잡는 IT, 서서히 변하는 투자 풍속도

증권 상품의 유통채널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플랫폼이 변화한 것 같이, 이제는 간편결제 서비스로까지 영역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펀드를 사거나 해외주식을 사고싶은 투자자들은 굳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하지 않아도 증권 상품 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간편 결제·송금 업체인 토스는 2017년 7월 일찌감치 신한금융투자와 손잡고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4월에는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를 핀테크 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호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누적 투자액은 3500억원, 신한금융투자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토스를 통해 60만건 이상이 개설됐다. 계좌만 놓고보면 월평균 4만건, 일평균 1290개 계좌가 개설된 셈이다. 이는 증권사들이 이벤트를 벌일 때 나오는 계좌 개설 수와 비슷한 수치다.

온라인 펀드판매사인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삼성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와 손을 잡고 펀드몰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페이 펀드몰은 간단한 계좌개설 과정을 거치면 공인인증서 등록이나 추가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삼성페이에서 바로 펀드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로 인해 1200만명의 펀드 투자 잠재고객이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인 NHN페이코도 지난해부터 증권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코는 한화투자증권과 제휴해 한화투자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CMA는 페이코의 간편계좌 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어 계좌결제와 송금, 페이코 포인트 충전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연결 역시 새로운 확장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은 당장 증권업계와 IT업계의 ‘윈-윈’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핀테크와 증권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까닭이다. 증권업계는 펀드 판매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IT기업들은 증권이나 투자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에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 경계 넘어서려는 IT 기업, 디지털 경쟁력 높이려는 증권사들

그러나 두 업권의 만남이 미래에는 우호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IT 기업들은 증권사 인수로 자사 플랫폼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동업자가 아닌 시장 경쟁자로 바뀌게 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계약을 맺고 증권업 진출을 알렸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IT업체의 증권사 인수 의향은 증권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게다가 포털업체인 네이버 역시 최근 증권사 인수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T 기업의 증권업 진출은 증권사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큰 변화의 물결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폭넓은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고 많은 고객 정보와 빅데이터를 갖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며 “골드만삭스가 자신을 IT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IT에 공을 들이는 것과 IT기업의 증권사 인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동일 선상에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역시 이러한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증권사 CEO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기존 증권회사와는 차별화된 IT 기반 회사의 증권업 진입이 예상돼 업계 내 경쟁은 더 복잡하고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누가 경쟁자가 될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올해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투자전문, 연금, 디지털이라는 4개의 큰 축으로 경영을 해오고 있으며 이들의 시너지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이 올해 주요 과제라 밝혔고 NH투자증권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디지털 경쟁력을 올해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새해들어 증권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과 IT(정보통신기술) 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 사진=셔터스톡.
새해들어 증권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과 IT(정보통신기술) 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 사진=셔터스톡.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