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상대로 ‘선시공 후계약’에 이어 공사 대금 미지급 논란까지
공사대금 미지급 시 “국가계약 입찰 금지 및 검찰 고발 가능”
지난해 11월 직권조사 돌입한 공정위 “사실관계 확인해야”

삼성중공업과 한 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전산 거래내역. 프로젝트 'SN 7117'에 대한 기성금 지급이 '0'으로 표기돼있다. / 사진=시사저널e
삼성중공업과 한 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전산 거래내역. 프로젝트 'SN 7117'에 대한 기성금 지급이 '0'으로 표기돼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삼성중공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선시공 후계약’뿐 아니라, 공사 대금도 후려친 정황이 드러났다. 선박을 건조하며 하청업체와 계약서 없이 공사를 진행한 후에 대금을 제멋대로 산정하거나, 아예 미지급한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직권조사에 착수해 해당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7일 시사저널e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한 하청업체는 선박 프로젝트 시공을 진행하고서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 사이의 거래가 기록된 삼성중공업 전산내역 출력물을 보면 지난 2016년 7월 프로젝트 ‘SN 7117’에 실제 투입된 시수(작업 투입 시간)는 630.5로 나타난 반면, 이에 대한 기성금(중간 정산금)은 0원으로 표시돼있다. 7월뿐 아니라 8월 내역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투입 시수는 903.5로 적시됐지만 기성금은 0으로 표기돼 있다.

해당 프로젝트를 실시한 하청업체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이번에 못 받은 돈은 나중에 채워주겠다고 했지만 공사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프로젝트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을 하도급법으로 금지한다. 하도급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위탁 용역 수행을 마친 날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공사대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위반 행위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국가계약에 대한 입찰을 못하게 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대금 후려치기와 미지급은 국내 조선업계의 해묵은 문제로 꼽히는 ‘선시공 후계약’에서 비롯된다. 선시공 후계약은 말 그대로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계약서를 나중에 체결하는 방식이다. 하청업체 입장에선 공사 대금이나 세부 조건에 대한 정보도 없이 공사를 시작하고, 후에 원청이 정해주는 적자 수준의 기성금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이 계약서를 미발급한 혐의로 1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검찰 고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사대금 미지급이 사실이라면 이는 하도급법 위반 사안”이라면서도 “실제로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는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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