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완성차 판매량 전년 比 0.29%↓… 르노삼성·한국GM 부진 커
자동차 수요 성장 정체·수입차 업체 추격 부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안방 시장 사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업계 할인 판촉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도 상반기까지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다만 수입차 시장의 추격과 함께 자동차 수요 성장이 둔화되는 점은 안정적 내수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완성차 업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154만5604대였다. 현대·기아차, 쌍용차는 내수에서 예년과 유사한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전년 대비 각 4.7%, 1.9% 증가한 72만1078대, 53만1700대를 팔았다. 싼타페, 카니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주효했다. 쌍용차도 국내서 렉스턴 스포츠, 티볼리 브랜드를 각 4만대씩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2.3% 증가한 10만9140대 판매를 기록, 3위자리를 굳혔다.

반면 지난해 한국GM은 내수에서 전년 대비 29.5%나 줄어든 9만3317대를 기록했다. 군산공장 폐쇄를 둘러싼 잡음에 이어 하반기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가 신차 효과를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제품군이 노후화된 르노삼성은 국내서 9만369대를 팔면서 전년 대비 10.1% 판매 실적이 줄었다. 클리오, 마스터 등 전략 차종이 볼륨모델로 기능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 실적이 뒷걸음치자, 완성차 업계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가격 인하 정책에 우선 돌입한 모습이다. 국내 업계가 여전히 판매실적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물량 조절이 용이하고 수익성 높은 내수 시장 역시 놓칠 수 없는 까닭이다. 또 올해 신차 출시를 앞두고 판촉을 통해 과거 생산분의 재고 처리도 하는 효과도 누릴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이전에 생산된 아반떼, 쏘나타(하이브리드 포함), 그랜저, 싼타페 등을 대상으로 3%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여기에 아반떼와 쏘나타의 경우 1.25% 저금리 할부 혜택이 추가 된다. 친환경차인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겐 20만원을 더 할인한다. 또 개소세 인하 추가 할인을 반영해 벨로스터, i30, 엑센트는 기본 70만원, 50만원, 20만원 가격을 인하한다. 

기아차도 연초 차량 구매 수요를 노려, 이달 중 차를 구매하려는 개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할인 및 저금리 혜택을 지원한다. K5의 경우 130만원 할인 또는 0.5% 저금리 혜택과 100만원 할인을 선택할 수 있고, K7은 50만원 할인 또는 0.5% 저금리와 20만원 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티지와 쏘렌토, 모하비, 카니발 등 RV 모델을 구매할 경우 20만원을 할인이 적용된다. 또 지난해 말 공무원, 공기업 직원, 신입 사원 등을 대상으로 승용‧레저용차량(RV) 전차종을 20만원 할인 판매하는 판촉 이벤트도 진행한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올해 13개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상향했다.

지난해 부진이 뼈아팠던 한국GM은 보다 폭 넓은 할인 정책을 적용, 주요 제품의 가격대를 새롭게 책정했다. 이달부터 스파크는 트림별로 LT 50만원, 프리미어는 15만원 인하하고, 트랙스는 LS 30만원, LT 및 LT 코어 65만원, 프리미어 84만원을 하향조정해 판매에 나선다. 이쿼녹스는 최대 300만원을 하향 조정해 LT는 3200만원, 프리미어는 3500만원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다. 임팔라는 전 트림을 200만원 내린 3000만원대 초반 가격에 판매한다. 이외에 스파크와 트랙스의 경우 1.9% 36개월 저리 할부와 2.9% 72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다마스와 라보 등 경상용차는 지난해 생산 분에 한해 무이자 36개월 할부를 적용한다.

쌍용차, 르노삼성은 차 구매 시 부가 상품을 증정하는 등 새해맞이 판촉 이벤트를 준비했다.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아머·에어) 구매 고객 선착순 2019명에게 황금돼지 골드바(1돈)를 증정한다. 또 티볼리 브랜드 일시불 구매 시 개별소비세 70만원을, 선수율 제로 4.5% 할부(60~72개월) 구매 시 100만원을 각각 할인한다. 티볼리와 코란도 브랜드 모두 선수율 제로에 1.9% 초저리 할부(최장 60개월, 코란도 C72개월)를 이용한 구매도 가능하다. 특히 올해 코란도C 후속 신차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 할인을 적용, 일시불 구매 시 10% 할인 받거나 선수율 10%에 무이자 60개월 할부 구매로 구매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 역시 이달 중 신차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노후 차량 보유 시 최대 50만원 지원, 전 차종 36개월 할부 구입 시 1.99% 금리 제공(전기차, 마스터, QM6 가솔린 제외) 등 혜택을 제공 중이다. 또 이달 중 시승, 상담 및 출고까지 마친 고객 중 3명을 추첨해 골드바를 증정하고, 1월 계약 고객 중 차종에 관계 없이 매일 20명을 추첨해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5만원권을 증정한다. 

이 같은 할인 판촉과 함께 정부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을 올 상반기까지 연장하면서 내수 진작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완성차의 내수 판매는 월 평균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개소세 인하가 시행된 하반기엔 월 평균 2%씩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올해 신차 출시도 예정돼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중 신형 쏘나타, 기아차는 텔룰라이드 등을 포함 신차 13개를 출시할 계획이며, 한국GM도 트래버스 등 SUV 수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완성차 업체가 내세우는 가격 경쟁력이 점차 시장에서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이 매년 판매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승용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까닭이다. 지난해 수입차 업체 24곳의 승용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6만705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수입차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수록 시장 수요 양극화 현상은 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독점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간 순위 경쟁은 큰 의미가 사라졌다"며 "자동차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국내 완성차의 경쟁 상대가 된 모양새다. 올해 더 많은 차종과 경쟁이 예상돼, 가격 인하 효과와 신차 효과를 적절히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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