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법인 신설과 동시에 주요 차량 가격 대폭 인하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 회복 필수라는 지적도
지난해 국내 시장 철수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한국GM이 올해 부진 탈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한국GM은 올해 연구개발(R&D) 법인을 신설하는 동시에 주요 차종의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단기간에 얼마나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한국GM에 따르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지난 2일 신설 법인 설립등기를 마치고 공식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한국GM 전체 인원 1만3000명 중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부문 인력 3000명이 신설 법인으로 편입됐다.
GM테크니컬센터는 기술연구와 개발을 책임진다. 지난 5월 미국 GM으로부터 생산 배정 받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차량(CUV) 등 2종의 연구개발 작업을 맡는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로베르토 렘펠 GM 수석 엔지니어가 선임됐다. 렘펠 대표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GM의 모든 소형 SUV와 경차 플랫폼 차량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GM 글로벌 제품 프로그램 부문을 이끌고 있다.
당초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한국GM의 R&D 신설법인을 반대해왔다. 법원에 법인분리 의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인용하며 한국GM 법인분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산은이 GM으로부터 한국GM 법인분리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외부 용역기관에 검토를 맡겼고, 검토 결과 법인분리로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 생산성이 향상될 거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산은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법인분리 찬성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은 신설 법인 설립등기를 마치며 법인분리 논란을 마무리 짓는 모양새다.
법인분리는 끝났지만 진정한 의미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판매량 회복이 필수다. 한국GM은 2017년에 내수 시장에서 총 13만2378대를 팔았으나, 철수설이 불거진 2018년에는 29.5%나 판매량이 감소하며 9만3317대 판매에 그쳤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 순위 역시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한국GM은 새해 판매 회복을 위해 새로운 가격 정책을 실시한다. 주요 모델의 판매 가격을 새로 책정해 저조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형 SUV 이쿼녹스는 최대 300만원 가격을 낮추고, 임팔라는 전 트림의 가격을 200만원 하향 조정한다. 한국GM은 그동안 가격 정책에 대한 비판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에 대한 비판을 적극 수용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 신뢰 회복 없이는 판매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불거진 철수설은 소비자 불안 심리를 부추겼는데, 만약 철수가 현실화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수리와 정비에 대한 불편함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고차 가격 하락 가능성도 소비자가 등돌리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