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 중 은행 비중 90% 넘어…우리은행과 3위 쟁탈전도 관건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도전은 글로벌과 디지털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도전은 글로벌과 디지털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도전은 글로벌과 디지털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나금융은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으며 GLN(Global Loyalty Network)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 의존도는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하나금융의 올해 키워드는 ‘글로벌’과 ‘디지털’

김정태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는 고사성어를 강조했다. 선즉제인은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말로 ‘남보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남을 앞지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위기의 순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새로운 도전”이라며 “지난해 하나금융은 ‘디지털 전환’을 선포했다. 일하는 공간과 방식을 바꾸고 디지털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기존 금융회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4년 넘게 꾸준히 준비해 온 GLN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인천 청라 소재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에서 그룹의 전 관계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내외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원년을 공표하고 그룹의 모든 구성원들의 인식과 조직문화의 전환을 제시하는 비전과 로드맵을 공유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설정했다. 향후 고객과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한 모든 데이터와 외부 시장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김 회장은 “지구의 70%는 물이지만 그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이 1%에 불과하듯, 방대한 데이터 중에도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추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데이터는 고객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절차를 개선한다. 나아가 새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올해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트렌드에 적응해 금융소비자들의 구매행동 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데이터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지분에 어느정도 참여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하나금융은 아직 지분에 참여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또 다른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등을 누비며 글로벌 수익 점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전략목표인 ‘글로벌 이익비중 40% 달성’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한 직후 계속해서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과 베트남·일본·싱가포르·홍콩 등을 쉬지 않고 다녔다. 하나금융은 옛 외환은행 통합으로 현재 총 24개국 158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특히 신남방정책의 주요 국가인 인도·베트남·필리핀 지역을 거점지역으로 키워 아시아 벨트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GLN이다. GLN은 전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가 각자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포인트, 마일리지와 같은 디지털자산이나 전자화폐를 서로 자유롭게 교환,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통합 플랫폼 네트워크다.

하나은행은 GLN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과 6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기간 중 대한민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무료 쿠폰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멤버스 내 마련된 GLN 쿠폰몰은 국내 은행권 생활금융 플랫폼 중 유일하게 글로벌 쿠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현지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IT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LINE)의 금융자회사 LINE Financial Asia(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신주인수계약을 통해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의 지분 20%을 가진 2대 주주가 되며 양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라인의 브랜드 역량, 플랫폼, 콘텐츠 등을 활용한 디지털뱅크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과도한 은행 의존도는 과제…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다른 금융지주들에게 뒤쳐져

현재 하나금융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과도한 은행 의존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89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8%(3511억원) 증가한 수치로 분기 누적기준으로 2005년 12월 지주사 설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이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7576억원이다. 이는 전체 누적 당기순이익의 92%에 달하는 비중이다. 사실상 수익 대부분이 은행에서 발생한 것이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우 하나금융투자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420억원을 달성해 유일한 1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순이익 801억원, 하나캐피탈은 789억원, 하나생명은 124억원, 하나저축은행은 1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은행 의존도가 60~70%인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금융지주들이 M&A(인수·합병)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은행 집중도를 피해 수익처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크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하나금융은 현재 이렇다할 M&A 관련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비은행 키우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누적 당기순이익이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해 뒤쳐지고 있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KB금융은 2조8688억원, 신한금융은 2조64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우리은행 역시 1조9034억원을 기록하며 하나금융(1조8921억원)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꼴등을 기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계열사 M&A를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우리은행이 본격적으로 금융지주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경우 지금의 순위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계속해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앞서 김정태 회장은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움직임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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