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건설시장 전망 악화일로
주요 대형건설사 ‘내실 강화·전문성 향상’ 강조
양적 성장 대신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 꾀해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내실 강화’와 ‘전문성 향상’을 강조했다. 양적 성장 대신 수익성 위주 내적 성장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내실 강화’와 ‘전문성 향상’을 강조했다. 양적 성장 대신 수익성 위주 내적 성장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국내 건설 시장은 각종 규제와 저성장 기조로 인해 정체·축소가 예상된다. SOC(사회기반시설) 시장은 지난해 대비 예산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견해다. 해외시장의 경우 수주텃밭인 중동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활성화 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은 중국과의 각축으로 수익성 확보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대내외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대부분의 주요 건설사들은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사에는 ‘죽기 살기’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묻어났다. 임직원들에게 ‘내실 강화’와 ‘전문성 향상’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양적 성장에 기대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정진행 “과거 명성과 시장 1위 탈환”…내실 강화 위한 역량 향상 강조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건설명가 재건’을 다짐했다. 이는 지난해 맞수로 부상한 GS건설에게 내준 1위를 되찾아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의 강한 프라이드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과거 명성과 시장 1위 자리를 되찾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9861억원) 대비 4.3% 줄어든 9440억원이다. 상장 대형 건설사 중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해외사업 원가율 관리 실패가 꼽힌다. 반면 양호한 원가율로 ‘1조 클럽’을 앞둔 GS건설은 연간 영업이익 1위 건설사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동안 1위를 유지한 현대건설로서는 자존심에 상처가 난 셈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내실 강화를 위해 최고 수준의 전문성 지식과 역량 향상을 주문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소통’과 ‘결집’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내 일, 남 일 구분 짓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끝까지 동행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김형 “올해 마지막 골든타임”…재무전건성 위기, 집단지성 통해 돌파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신년사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올해가 바로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외부 환경 변화에 좌우되지 않고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한 강도 높은 체질개선과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골든타임’이라는 단어까지 꺼낸 이유는 현재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 악화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조1606억원(2018년 9월 기준)의 빚을 지고 있다. 이는 2017년 말에 비해 27.1%나 증가한 금액이다.

차입의존도(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는 25.1%다. 5대 대형건설사 중 차입의존도가 20%대를 보인 건설사는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대폭적인 실적개선으로 보다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고 차입금을 늘려갈 경우 부도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에 김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지난해 창사 45주년을 맞아 수립한 새로운 비전과 중장기 전략목표 이행을 독려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비전과 중장기 전략목표는 우리 모두가 합심해 나아가야 할 나침반이자 지향점”이라며 “개인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변화의 불확실성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지성을 위해 본부간의 소통 장벽을 허물고 조직별 시너지를 높여서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림산업 김상우, 현금창출능력 제고 강조…“과서 사업서 개선점 찾고 미래 성장동력 찾자”

대림산업은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수주 1위를 차지하고도 플랜트 부문의 누적된 손실로 인해 예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관련 부서에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상우 대림산업 사장은 신년사에서 실적부진을 감안한듯 ‘현금창출능력 제고’를 언급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회사 전체로는 양호한 실적이었지만 현금 창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고 국내 경기도 심상치 않은 만큼 올해 회사 경영은 현금 창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경쟁력과 생존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 한다”며 사업별 절대 경쟁력 확보와 임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주문했다.

또한 김 사장은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도 거론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아파트는 경기 용인시 남사면 소재 미니신도시급 대단지로 주목받았지만 부동산 규제와 겹치면서 미분양, 미입주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분양은 대부분 해소됐고 지난해 6월부터는 입주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용인한숲시티는 출발부터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임직원들의 놀라운 열정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며 “이 열정이 더 크게 타오른다면 회사는 생존을 넘어 성장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업에서 개선점을 찾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자”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이영호, 내실 다지기 총력…“냉정한 분석 통해 사업 체계 정비”

삼성물산은 지난해 사업 체질 개선으로 실적에서 재미를 본 만큼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주택사업 대신 선별수주한 국내외 프로젝트 공사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 경영을 펼쳤다. 지난해 말에는 만 4년 이상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냉정하고 입체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사업 체계를 정비해 업무 객관성과 합리성을 도모해야 한다”며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자세로 2019년은 각자 목표한 바를 실천하고 반드시 달성하자”고 전했다.

이를 위해 내부 기술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 사장은 “프로젝트와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회사로 지속적으로 변모하고, 모든 임직원이 기술과 전문성을 갖춰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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