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중심의 지주사 출범…시장 여건상 M&A 험로 예상돼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월 14일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우리금융지주가 새로 출범하는 날입니다.”

올해 우리은행이 창립 120주년을 맞음과 동시에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맞이한다. 지주 출범은 2014년 11월 지주사 해체 이후 4년여 만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국내 금융권은 우리금융의 부활로 ‘5대 금융지주’ 시대를 맞게 됐다. 지주 회장을 겸임하게 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발판 삼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올 한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20년 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이에 우리금융의 경영 전략과 방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우리은행 외에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이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2곳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금융지주처럼 증권, 보험 등 계열사가 없어 협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한 계열사 확장이 예상돼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고 보험시장도 불황인 점, M&A 경쟁이 커진 것 등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의 인수합병에 여러 난항도 예상된다. 

◇손태승 행장 “지주 부활 힘입어 금융미래 열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은행의 도약을 강조했다. 창립 120주년과 우리금융의 부활로 금융권의 미래를 열어가자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우리은행 120년의 역사는 고객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 금융의 역사”라며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는 최고의 은행을 만들어가자”고 전했다. 

손 행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6가지로 정했다. ▲고객 중심 마케팅 강화 ▲금융권 지배력 확대 ▲리스크 관리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 ▲디지털 혁신 주도 ▲금융의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이다. 그는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주특기 영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CIB) 그리고 혁신성장 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 행장은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 수 430개로 독보적인 국내 1위이자 세계 20위권을 달리고 있다”며 “수익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현지 리테일 영업과 투자은행(IB) 영업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행장의 신년사에 따라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올해 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자산관리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 기업금융과 디지털 금융을 강화한 수익 확대, 글로벌 진출 강화를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경영 노선이 정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2014년 우리금융그룹 매각 전의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014년 우리금융그룹 매각 전의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치열해진 금융권 M&A 경쟁…우리금융 계열사 확대 난항 예상 

금융권은 과연 우리금융이 출범 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고 KB, 신한, 하나, NH 등 다른 금융지주처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휘하는 조직을 만들 것인지에 주목한다. 우선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우리은행 이사회는 최소 1년은 손 행장이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의 전체 자산 중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 체제가 혼란을 없앨 수 있는 현실적인 구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우선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겨놓게 된다. 

문제는 증권, 보험 등 굵직한 계열사가 없어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여건상 이 부분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우선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캐피탈 등 덩치가 작은 계열사 M&A에 주력해 지주사 수익구조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덩치가 큰 증권과 보험 부문은 내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M&A를 통한 공격적인 계열사 확대를 작년 말부터 시작했고 KB금융도 올해 계열사 확대를 예고해 시장에서의 M&A 경쟁이 치열해질 예정이다. M&A를 통한 계열사 확충이 우리금융에 급선무가 됐는데 최근 금융권에서 비은행 부문의 M&A 경쟁이 치열해져 작은 계열사 추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우리금융이 출범하면 우리은행은 현재의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으로 위험가중치를 계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작년 9월말 기준 15.8%에서 10%대로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승인 심사를 거쳐 1년가량 시범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덩치가 큰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는 내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로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가 설립됐기 때문에 지주사 (안정 등)에 집중하고 중소형 매물이 있는지 보고 있다”며 “지주사가 안정되면 증권사나 보험사 등 덩치가 큰 매물 인수를 시도할 계획이다. (M&A 경쟁이 치열해도) 시장에 나온 매물이 우리금융에 매력적인지 제대로 살펴보고 인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