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마존 1위 유기농 생리대 ‘라엘’이 꿈꾸는 세상
  • 박견혜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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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창업자 백양희 대표와 원빈나 CPO와의 만남…“터부시 됐던 생리 이야기, 여성 용품의 새 시대 열 것”
유기농 앞세워 미국 시장 잡은 라엘, 이제 아시아 진출 본격화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라엘 사무실에서 라엘의 공동 창업자인 백양희 대표와 원빈나 CPO를 만났다. /사진=박견혜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라엘 사무실에서 라엘의 공동 창업자인 백양희 대표와 원빈나 CPO를 만났다. /사진=박견혜 기자

국내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인 것이 벌써 재작년 일이다. 매달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동안 신체와 직접 닿는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에 여성들은 전율했다. 이후 정부는 생리대에 들어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한 번 돋아난 의심의 싹을 죽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곧바로 눈을 돌려야 했다. 나쁜 것이 싫어 착한 것을 찾으려던 곳에 유기농이 있었다. 여성들은 해외직구로 유기농 생리대와 생리컵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 등장했다.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부문 판매 1위 제품인 라엘(Rael)이 그 것. 라엘은 텍사스산 100% 순면 사용 등 무엇보다 안전성을 앞세워 데뷔했다. 2017년 6월 아마존에 첫 등장한 라엘은 판매 시작 이후 해당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당시 미국에서도 대기업 브랜드가 생산하는 여성 생리 용품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던 때였다. 라엘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생리대 파동과 맞물려 국내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라엘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었고, 이에 따라 국내 진출 시기가 앞당겨졌다. 현재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라엘을 만든 사람들은 모두 한국 여성들이다. 라엘의 창업자 겸 공동대표인 백양희 대표는 7년간 디즈니에서 근무하며 스타워즈 배급프로젝트를 전두지휘하는 등 핵심 인재로 활약하다가 유기농 생리대를 비롯한 안전한 여성용품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라엘의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원빈나 제품 총괄 책임자(CPO)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라엘의 또다른 창업가인 아네스 안 공동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여성을 위한 안전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라엘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현재 백 대표는 미국에서, 원 CPO는 한국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 강남에 위치한 라엘 사무실에서 두 창업자를 만났다. 둘은 평생의 과제인 생리에 대한 고민을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주고 싶다.  

여성 셋이 모였다. 생리대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원CPO 인증에 많은 신경을 썼다. 스타트업이다보니 많은 자본이 있는 회사가 아니다. 그 어떤 마케팅보다 중요한 게 안전성이다. 케미컬 덩어리가 아닌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기농 코튼을 사용하는 생리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까다로운 인증을 받은 생리대는 많이 없다. 라엘은 국제 유기농 인증인 OCS 인증을 받고, 엄격하게 1년에 한 번씩 품질 검사를 하고 통과된 제품이다. 

일반 생리대의 문제점은?

원CPO 원가를 절감하려고 싸게 만들다보니까 유기농 코튼은 생각도 못하고, 폐타이어·스티로폼에 들어가는 성분들을 면처럼 만든 것을 사용한다. 그런 생리대는 엄연히 면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다. 저도 이전에는 모르고 썼다. 사용하다보니 알러지나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경우 유기농 코튼을 쓰고 나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커피값보다 1000~2000원 비싼 돈을 더 주고 본인의 건강 챙길 수 있도록 한 제품을 만든 이유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라엘 사무실에서 라엘의 공동창업자인 백양희 대표와 원빈나 CP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박견혜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라엘 사무실에서 라엘의 공동창업자인 백양희 대표와 원빈나 CP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박견혜 기자

라엘, 사용자 리뷰가 가장 큰 자산

백 대표 저희 창업자들이 전 과정 연구개발(R&D)을 같이 하고, 공장 R&D팀과도 협업한다. 제품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라엘이 판매되는 미국 아마존 사이트의 경우, 리뷰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경고가 오기 때문에 리뷰 내용도 터치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올린 리뷰가 그대로 노출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뷰 3000개 쌓였고 별점도 5스타에 가깝다. 아마존 고객이 리뷰를 쓰면, 내용을 하나하나 다 읽고 분석해서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 아직은 우리가 작은회사다 보니까 대량생산을 안하지만 품질은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제품도 첫 제품에서 6~7번 업그레이드 된 제품이다. 

“아, 됐다” 싶었던 순간

백 대표 최근 약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을 때 사업력을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미국도 여성 창업가를 북돋우는 분위기다. 남성 중심이었던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여성 창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들이 만든 기업이라고 하면 리테일러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 여성 창업가들끼리 마케팅 콜라보도 많이 진행한다. 펀딩을 하고싶었던 것은 전문가, 인재영입을 위해서다. 여태도 잘 했지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더 영입하기로 했다. 내년 마케팅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서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원CPO 투자 유치를 위한 스피치를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제품이 생리대다 보니까 수십년간 사용해온 우리가 전문가다. 제품에 대한 높은 분석력과 깊은 이해도 등이 좋게 평가된 듯하다. 

터부(Taboo)였던 생리대 이야기, 더 가열차게!

원CPO 생리대는 그동안 외면받았던 상품군이다. 모든 분야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는 세상에서 여성 용품만큼은 몇십년이 지나도록 똑같은 소재와 패턴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 회의를 느꼈다. 생리대 시장 조사를 하면서 몸에 안 좋은 것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걸 봤다. 우리는 최대한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기농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백 대표 터부가 깨졌다. 그전에는 생리 용품이 불편해도 말하지 못했고, 그 성분조차도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이 문제가 되는 것들을 지적하면서 금기가 깨졌다고 생각한다. 생리대 파동 이후에 국내서 관련 논의가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빠르다. 생리대 파동 등 사회적 이슈가 금세 퍼질 수 있다. 좋은 현상이다. 적극적으로 언급될수록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리 용품의 옵션이 많아진다는 게 중요하다.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백 대표 그동안은 아마존 채널에서 1등을 하자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그쪽 마케팅에 집중했고,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애써왔다.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오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라엘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믿고 살 수 있도록 소비자 신뢰를 쌓고 싶다. 여성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고싶다. 생리대뿐만 아니라 리얼라엘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생리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스킨 트러블을 관리하기 위한 마스크팩, 여드름패치도 현재 좋은 리뷰를 갖고 있다. 생리 기간 동안 배에 붙이는 히팅 패치 등도 준비중이다. 펀딩 이후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서 제품군을 늘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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