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로서 경제전망에 대한 부담감 작용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예전에 연말이나 연 초 때가 되면 ‘SERI 경제전망이라는 책을 즐겨 보셨던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SERI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약자입니다. 한마디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는 한 해 경제전망이었는데요. 각 업계 사람들은 물론, 학생들도 참고자료로 많이들 읽었습니다. 그런데 삼성경제연구소가 박근혜 정부 때 갑자기 더 이상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새해가 되니 과거 즐겨 봤던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을 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삼성 내외부, 그리고 정치권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와 관련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우선 해당 보고서가 너무 정확해서 정부에서 불편해 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서슬파란 시대에 기업으로서 경제전망을 내놓는 것이 정부 눈치가 보였다는 해석입니다. 어찌됐던 공통적으로 꼽는 이유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란 해석입니다. 경제전망을 멈춘 후 삼성경제연구소는 인원도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민간 연구소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경제와 관련한 전망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필자도 과거 취재할 당시 취업률과 관련해 정부가 불편할만한 내용을 내놓은 한 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중에 노출이 되지 않고 사라졌던 것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한 연구소 인사는 쓰던 달던 일단 마음껏 분석을 하게 해줘야 정책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분위기상 그런 행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경제전망, 특히 수치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사실 여부는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번에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봐도 정부가 수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수치가 좋아지면 국민들에게 이렇게 경제가 좋아졌다고 홍보할 수 있고 경제성적과 관련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관련한 수치가 좋아지면 국민들의 사정이 나아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100% 맞는 말도 아닙니다. 결국 정부든 국민이든 경제 수치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삼아야지 절대적 수치인 것처럼 집착하면 문제가 생기는 듯합니다. 경제전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치 이야기까지 하게 됐는데요. 여하튼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부는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듣기 좋은 분석만 들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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