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액 역대 최대…자동차·조선은 각각 1.9%, 49.6% 후퇴
자동차 내년 업황도 어두워, 조선은 회생 기대감…“뒤처진 산업 고도화 앞당겨야”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력 품목 간 쏠림 현상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수출 한 축을 도맡아 온 자동차, 선박 등 전통 제조업 실적이 서서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더해진 무역 환경은 올해도 녹록하지 않은 전망을 제시한다. 다만 저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과 달리 업황 개선의 조짐이 드리워진 조선업은 회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연된 산업 구조 고도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진단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무역액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6055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중 20%까지 비중을 확대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9.4% 증가한 126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실상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선박은 수출이 부진해 품목 간 쏠림 현상이 가속됐다. 지난해 자동차와 선박 수출액은 각각 409억달러, 213억달러다. 전체 품목 수출액이 5.5% 증가할 동안 1.9%, 49.6%씩 수출액이 줄었다. 전체 수출액 중 자동차, 조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 2016년 전체 수출액 중 8.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6.8%로 쪼그라들었다. 2016년 수주 절벽의 여파가 반영된 조선 부문의 감소세는 보다 가파르다. 전체 수출액 중 선박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5%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내려갔다.  

자동차의 경우 최근 수년간 미국 등 주력 시장 부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409억달러로 전년(417억달러) 대비 1.9% 수출액이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수출 경쟁력 진단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14년 484억달러를 기록했다가, 2015년 452억달러, 2016년 402억달러로 고꾸라졌다. 이에 전 세계 자동차 수출액 중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4년 5.4%에서 2016년 4.6%로 줄었다. 한국 자동차 수출액 세계 순위는 2014년 5위에서 2016년 8위로 떨어졌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1년 8.9%에서 2017년 7.3%로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0.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의 수요 감소, 신흥국 수요 둔화 등이 교역 환경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생산도 최저임금 인상폭 확대, 근로시간 단축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2.3%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적용이 보류된 미국 정부의 수입차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대외 변수는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교역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우려는 되는 건 자동차 산업이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지속 증가해 온 글로벌 자동차 수요도 올해부터 한풀 꺾일 전망”이라며 “국내 완성차 수출에 있어서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아세안 등 시장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존 경쟁 세력이 굳건해 쉽지 않다. 한국GM도 올해 유럽 수출물량이 줄고 르노삼성도 올해 9월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6년 수주 절벽의 여파가 이어진 조선 부문 수출액의 감소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선박, 해양플랜트, 선박용 부품 등을 포함한 선박류 수출은 전년 대비 49.6%나 급감한 21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주산업 특성상 선박 수출액 집계는 수주 후 수출까지 2~3년간 시차가 발생한다. 지난 2013년 458억달러였던 수주금액은 2014년 332억달러, 2015년 241억달러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6년 44억달러로 뚝 떨어지면서 일감 절벽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수주 회복은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2017년 173억달러 규모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 1~11월까지 218억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선박부문에서 각 133억달러, 68.1억달러, 63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선박수주 목표치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올해 수주액 목표를 지난해 보다 약 15% 높은 117억달러로 올려 잡았다. 이 같은 실적 회복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호재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번 수주로 국내 조선사들이 향후 2년간 일감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건조 및 생산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조선 생산은 8.4%, 수출은 13.8%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 발주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 세계에서 17척 발주됐던 LNG 운반선은 올해 69척 신규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해양플랜트 시장에선 여전히 침체기를 이어가 여전히 '부활'을 논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형 조선사 3사가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1건에 그쳤다. 수주금액과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없는 수주 회복을 두고, 일감 절벽에 대한 기저효과에 불과할 뿐 여전히 경영 정상을 논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짙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실적을 보면 아무래도 해양플랜트보다 선박 수주에 대한 가능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신규 발주를 확신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조선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산업 구조 고도화가 지연됐다는 진단은 공통적이다. 주요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경쟁 업체의 추격이 뒤따르면서 수출 경쟁력을 상실, 불황에 대한 타격이 그대로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최근 제조업 부진에 주목, 자동차·조선 등 중소·중견 협력사에 금융지원을 강화해 우선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간 수출 효자노릇을 해왔던 반도체조차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다른 제조업에 약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제조기업들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 가격 경쟁력은 중국, 인도에 뒤처지고,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줄면서 일본, 독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개선에 대한 분위기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현재 가시화된 제조업 부진은 장기적 정책 방향성이 부재하고 산업 고부가가치화는 늦어져 벌어진 복합적 상황”이라며 “신사업 시장으로 이행하기 위한 인력 부족과 연구개발 투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정부가 관련 인력양성을 시작한 지 3년가량 됐지만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라며 “R&D 투자는 더 이상 GDP 대비 투자량이 아닌 절대량의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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