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강조…과감한 혁신에 따른 후폭풍도 대비해야

신한금융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신한금융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신한금융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부갈등이 발생하는 등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이 내부갈등을 추스르고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일 2019년 신년사에서 ‘쇄신(刷新)’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는 위기에서 기존 틀에 갇혀 있거나 평범한 변화에 머문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제 시대 흐름에 맞춰 신한의 모든 것을 완벽히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 체계부터 시스템/프로세스, 상품/서비스까지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한금융은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신한은행장에 내정하는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11명 중 7명을 교체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앞으로도 능력있는 인재 중용, 외부인재 수혈, 여성리더 육성 등 그룹 차원의 쇄신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원 신한’에 이어 ‘젊은 신한’으로 탈바꿈한 신한금융

신한금융은 지난 2017년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9년간 지켜온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2018년 역시 KB금융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내 준 상황이다.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688억원을 기록하며 2조6434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앞질러가고 있는 상태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실적 역시 KB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아시아신탁 인수에 나서며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조 회장은 ‘원 신한(One Shinhan·하나의 신한)’을 강조하며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역시 기존 그룹사와 긴밀히 협업해 신한의 강점인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더하겠단 계획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조직, 채널, 인력, 상품/서비스 등 모든 것을 One Shinhan 관점에서 통합해 그룹 전체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원 신한’에 이어 최근 ‘젊은 신한’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최근 자회사 CEO 11명 중 7명을 교체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 김병철 신한금융 부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는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이 내정됐으며 허영택 신한은행 부행장은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추천됐다. 신한아이타스 사장에는 최병화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한신용정보 사장에는 이기준 신한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이번 인사는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자회사 CEO의 경우 외부에서 영입하는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후보(59년생)를 제외한 전원이 60년생 이후의 50대 CEO로 전면 교체됐다. 이를 통해 그룹사 CEO의 평균 연령은 기존 60.3세에서 3.3세 감소한 57세로 낮아지게 됐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비전인 ‘2020년 아시아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와 같다”고 말했다. 앞서 조 회장이 강조한 신한금융의 전면 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 교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리딩뱅크 도약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최우선 과제는 조직화합

그러나 신한금융이 리딩뱅크를 탈환하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선 조직 화합부터 이뤄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조 회장의 갈등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위 행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으며 모바일 플랫폼 ‘쏠(SOL)’의 성공 등 많은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위 행장은 인사 발표 이후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위 행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았는데 임기 중간에 왜 인사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신한금융지주의 5개 주요 자회사 CEO는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과 관련된 위증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은행장에 선임될 때 지주의 자경위와 은행의 임추위에서 법적 검토를 오랜 시간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그 문제가 퇴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말을 아끼고 싶다”고 밝혔다.

위 행장은 일단 오는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은 만큼, 당분간 진옥동 내정자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전망이다. 위 행장은 “(진옥동) 내정자가 일본 금융 18년을 포함해서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화학적 결합도 향후 과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시장과 조직 문화가 달라 통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종신보험을 비롯해 암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변액종신보험의 강자’로 꼽힐 만큼 상품 집중도가 높다.

설계사 구성도 다르다. 신한생명은 설계사 10명 중 8명이 여성인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설계사 대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평균연령 역시 오렌지라이프가 상대적으로 젊다. 일각에서는 신한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외국계에서 출발해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형성해 온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신한생명 대표로 내정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해결과제다. 이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정문국 대표의 이력 때문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생명보험지부는 지난 2일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문국 신한생명 대표 내정자의 철회 촉구를 주장했다.

유정식 신한생명 노조위원장은 “신한생명 대표이사의 임기를 3개월 남긴 상태에서 보험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인사”라며 “정 내정자의 대표 선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 대표의 내정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신한금융이 리딩뱅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적으로 조직화합에 힘을 쏟아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KB금융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강조하는 ‘원 신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내부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감한 인사혁신에 따른 후폭풍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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