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산 투자 수요 올해도 여전할 듯
연금 시장, 운용사 먹거리로 각광
증시 부정적 전망에 부동산 펀드 주목

새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투자 상품 시장에서는 ‘해외·연금·부동산’과 관련된 펀드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에 대응해 해외 유수 운용사와 손잡고 해외 자산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연금 시장이 자산운용사들의 주요 먹거리가 되면서 좋은 상품을 내놓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기대 수익에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부동산 펀드는 올해도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 자산 수요 맞춘 상품 출시 ‘기대’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달 2일 기준 21조8557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 펀드의 설정액 24조4399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설정액 증감을 보면 최근 1년 기준으로 5916억원, 2년 기준으로는 3조1556억원의 자금 순유입이 있었다.

다수 국내 증권·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해외 펀드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운용사와 손잡고 경쟁력 높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국 자산운용사인 레그메이슨, 더블라인캐피털, 웰링턴매니지먼트 등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펀드를 출시했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영국소재 글로벌 운용사인 애버딘스탠다드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애버딘스탠다드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KB자산운용 역시 글로벌 운용사인 뱅가드, 핌코와 협업으로 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면서 해외 투자와 관련된 펀드는 지속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특히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도 해외 투자의 방법 중 하나로 주목된다. 국내 다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경우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들은 지난해 자산 배분 효과로 급락장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증시 불확실성 속에서 대안적인 해외 투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준비 중이다.    

◇ 자산운용사 먹거리 ‘연금’, 경쟁 치열해질 전망

‘연금’도 올해 상품 시장을 지배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전금융권(은행·생명보험·금융투자사·손해보험사)을 합쳐 170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금융투자사는 시장에서 19%를 점유하고 있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4년 후에는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운용사들의 시장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모펀드 운용사들은 은퇴 맞춤 펀드인 TDF(target date fund·타겟데이트펀드)로 연금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2017년 말 6100억원 수준이던 TDF 설정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운용사들은 이를 앞세워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헤지펀드들도 퇴직연금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국내 펀드 시장의 최근 대체적인 성장 흐름은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국내 수위권 사모펀드들 사이에서 공모펀드 출시가 가능한 종합 운용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퇴직연금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모펀드 운용사가 돼야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 가능한 까닭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펀드 시장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이 유일한 먹거리로 남아 있다.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제 2의 인생 등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운용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부동산 펀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주목

안정적인 기대 수익에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부동산 펀드는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부동산 공모 펀드에 최근 6개월 동안 749억원의 설정액이 유입됐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는 2033억원이 모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 펀드에서 4922억원, 해외주식형펀드 3717억원 설정액이 나간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공모형 부동산 펀드 다수가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외 증시 불안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지난 10월 이후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미국 증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에 따라 주식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부동산 펀드에 자금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올들어서도 증시와 경기 전망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동산 펀드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5%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예상치인 2.9%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이다. 다만 부동산 펀드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금리 상승기에 놓였다는 점은 투자 부담 요인으로 분석돼 부동산 펀드의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올해 투자 상품 시장에서는 ‘해외·연금·부동산’과 관련된 펀드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셔터스톡.
올해 투자 상품 시장에서는 ‘해외·연금·부동산’과 관련된 펀드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셔터스톡.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