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정신건강복지법…국민은 ‘떨고’ 정신질환자는 ‘운다’
‘유명무실’ 정신건강복지법…국민은 ‘떨고’ 정신질환자는 ‘운다’
  • 김희진 기자(heehe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0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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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는 격리해라”…격화되는 격리 요구 여론
전체 범죄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 0.5% 미만
“외래치료명령제 등 현행 제도 제대로 작동시켜야”
외래 진료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가 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외래 진료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가 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불안과 편견 해소를 위해선 현행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을 하던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조울증 증상을 앓고 있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산책 중이던 80대 할머니를 무차별 폭행한 20대 정신질환자가 형사입건된 사건도 일어났다. 경찰은 “가해자가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질환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해 병원에 응급 입원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정신질환자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들 기사에는 “정신질환자들은 섬에다 가두고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 또는 “정신질환자 강제수용 좀 시켜라” 등 정신질환자 격리를 요구하는 날 선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격리 및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청원도 등록됐다. 한 청원인은 “정신질환자, 거리에 놔둬도 됩니까?”라며 “이런 짓을 저지를 정도로 위험한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회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일반화 및 격리 조치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해 6월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거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로 인해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는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매년 집계해 발간하는 ‘범죄분석 자료’ 2018년 판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범죄자 수는 약 182만명이며 이 중 정신질환자는 9089명으로 약 0.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격리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다. 그런 식의 주장은 1950년대로 퇴행하자는 말밖에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입원할 수 있게 하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범죄 피해 불안을 달래고 정신질환자들을 향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선 유명무실한 환자 관리 감독 시스템을 제대로 현장에 적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치료서비스에 있어서 병원과 지역사회 역할이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어 퇴원 이후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때가 많다”며 “지역사회에 지내다가 병원에 재입원해야 하는 상황일 경우 법적 절차의 엄격성 때문에 치료의 시기를 놓친다거나 치료의 필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외래 치료 명령제’ 등으로 관리·감독한다. 대상자는 전문 인력이 집으로 찾아가 상담하는 등 관리를 받게 되며, 이를 거부하면 한 달 이상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하는 식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대만에서도 20년 전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퇴원한 정신질환자는 병원을 나온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지속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신건강복지법 64조에 외래 치료 명령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과 달리 강제성이 없고 이 역시 보호자 동의 등이 필요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이사는 “외래치료명령제 등 이미 존재하는 현행 제도라도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도 정신의료기관장이 환자의 사후관리를 위해 치료명령제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여건이나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문화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한다면 정신질환자들의 원활한 치료 및 관리를 할 수 있고 국민들의 공포도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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