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경기침체·인구감소 ‘3중고’
서울 겨냥한 정부 수요억제책이 주택경기 침체 가속화
“지방 상황에 맞는 주택정책 시급”

지방 주택경기가 공급과잉·경기침체·인구감소 ‘3중고’의 늪에서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 주택경기가 공급과잉·경기침체·인구감소 ‘3중고’의 늪에서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 주택경기가 공급과잉·경기침체·인구감소 ‘3중고의 늪에서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도 정부의 고강도 수요억제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복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전문가들은 지방 상황에 맞는 주택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경기침체·인구감소 ‘3중고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아파트값은 3.09%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8.22%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방은 지난 2016(-0.28)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의 1차적 원인은 공급과잉이 꼽힌다. 지방은 2010년 초반 주택경기 호조로 주택개발이 활성화 되면서 분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 여파로 201721705가구에 이어 지난해는 225600가구가 입주했다.

입주물량과 함께 인구가 정체된 것도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은 신규 입주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충청과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에도 주택수요의 기초인 인구마저 둔화세를 보이면서 기타지방 주택시장 침체를 가중시켰다.

여기에 지방은 기반 산업의 위기로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주택경기가 더욱 고꾸라졌다. 특히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에 의존하던 경상권이 직격타를 맞았다.

조선에 이어 자동차 산업마저 경기가 위축된 울산의 아파트값 변동률(8.85%)은 지방 시도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9000가구)에 이어 올해도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물량인 11000가구의 입주가 예정되면서 당분간 회복 기조로 전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제·창원·포항·구미 등 기타지방 역시 최대 도시들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역 기반산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의 회복 가능성은 사라진 상황이다. 특히 거제의 경우 조선업 부진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인구마저 감소되면서 지난해 주택 매매가격이 10.2% 떨어지며 시군구 단위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 중이다.

지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도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 6122가구 중에서 지방이 53622가구나 차지한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15711가구)은 지방(13146가구)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과거 미분양아파트와 입주물량 추이를 보면 입주물량 증가가 최고점에 도달한 후 미분양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의 경우 올해 입주물량은 1990년대 이후 최대 물량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를 가중시킬 전망이다.

수도권·지방 주택정책 개별적으로 수립해야

문제는 앞으로도 지방 주택경기가 회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지방 주택시장은 대구·광주광역시 등 일부 투자수요가 몰리는 곳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집값 하락과 전셋값 하락에 따른 깡통주택깡통전세증가에 따른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열린 ‘2019년 주택 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지방은 2%, 수도권은 0.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KB부동산 보고서에서도 부동산 시장 전문가 87.5%는 지방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은 자체 지역경제 위축에다 정부 규제로 서울의 원정투자도 감소함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물량이 몰린 곳은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등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서울을 겨냥한 수요억제책이 지방 주택경기 침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올해 광주와 대구를 빼면 지방 부동산은 그야말로 침체 일로를 걸었다면서 정부가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각종 규제가 맷집이 약한 지방 부동산 시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이 상황이 다른 만큼 주택정책을 개별적으로 수립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이 다르고 지방도 지방광역시와 지방지역의 부동시장이 다르다지방 공급물량에 대한 면밀한 수급분석을 실시하고 시장을 점검해 미입주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방 부동산 규제를 따로 관리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자칫 현 정권이 줄곧 강조하고 있는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일관성에 엇박자를 낼 수 있어서다. 과거 부동산 규제 완화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진행된 이후에 지방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기대감을 낮게 하는 요인이다.

서동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 책임연구원은 최근 경착륙이 우려되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과거에도 지방주택시장이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지역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수도권 경기 침체 이후에나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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