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만들어 사용해도 지갑ㆍ암호화폐 소유권 보장 못 받아

 

기업 자금흐름은 사람으로 따지면 혈액순환과도 같다. 자금흐름이 원활할수록 그 기업은 재무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금흐름은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법인명 계좌에서부터 비롯된다. 눈에 보이는 현금을 직접 주고받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전산망을 통하여 등을 통해 돈을 송금하거나 수금하는 거래가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인명의의 계좌가 필요하다.

즉 법인의 은행계좌는 회사 영업, 투자, 재무목적을 아우르는 모든 목적의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관점에서 회사 재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회사도 고유의 권리인 법인격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은행에 법인의 명의로 된 계좌를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계좌 소유에 대한 권리가 법인에 있음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당한 거래를 통해 해당 계좌로 입금된 자금이라면 자금이 법인의 소유임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또한 특수한 상황에서 조회절차를 통해 법인명의로 개설돼 영업활동에 사용되는 계좌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법인명의의 은행계좌는 소유를 비롯한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명확하며, 관련 데이터가 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규제안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회사 지갑의 역할은 법인의 계좌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 생태계가 원활히 동작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를 보관하거나 전송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법인의 계좌로 통화를 입금하듯 암호화폐를 거래 상대방의 지갑에 송금하고 그것이 확인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과정은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 있어서 근본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상의 지갑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법인이 직접 만들고 사용하고 있을지라도 법인명의의 계좌처럼 그 소유권을 보호받지는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법인과 지갑 간의 소유권과 관련된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상황은 법인이 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 소유권이 법인에 있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과 동시에 특정 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가 그 법인 것이라고 간주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소유권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인 혹은 개인이 지갑에 보관되고 있는 암호화폐가 자신의 것이라는 법적 증명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 외에도 블록체인 혹은 암호화폐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의무를 지우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으로 취득한 암호화폐가 특정 개인 또는 법인의 소유로 생각되는 지갑에 보관돼 있음에도 그 이득에 대한 세금의무를 개인 혹은 법인에게 부과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행정절차가 진행되는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 지출을 야기할 수 있다.

블록체인 특성 상 지갑을 만드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별다른 인증절차 혹은 신상정보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지갑의 개인키(Private key)만 일치한다면 지갑에 보관중인 암호화폐에 대한 모든 권한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지갑을 여러 개 만들어 취득한 암호화폐를 분산시켜 두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그것을 증명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규제를 만들고 적용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키 보안과 관련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지만 소유권 등의 법적 이슈는 단순히 시스템의 설계 및 개발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문제는 블록체인 정책과 관련하여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전문 인력과 유관기관이 함께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블록체인 정책 도입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