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이슈·실적 감소 등으로 어려움 겪어

지난해 게임업계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게임업계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게임업계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이슈, 중국 판호 이슈 등 여러 악재가 계속 이어졌다. 아울러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등으로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하락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연됐던 신작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게임업계의 실적이 어느정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근 판호를 재발급하기 시작한 점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우외환으로 어려움 겪었던 2018년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다. 밖에서는 중국 판호 지연 및 외산게임들의 공습으로 고통을, 안에서는 게임 중독 질병화 코드를 둘러싼 부처간 의견 대립과 각종 게임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 2016년부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한중간 사드배치 문제가 터지자 지난 2016년 3월부터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중국은 아울러 게임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게임 총량 규제안’과 중국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전체 수를 관리하는 ‘온라인게임 총량 제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 진출 자체를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외산 게임들의 한국 침투는 계속됐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중국 게임들이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전 세계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배틀로얄 장르에서조차 국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급감한 반면 ‘포트나이트’ 등 외산 게임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 게임사들은 안에서도 고통 받았다. 지난해 10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한국도 이를 곧장 수용하겠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에 게임중독(게임장애)을 등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WHO는 게임중독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장애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오는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이 최종 확정될 시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도 큰 논란거리였다. 지난해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포화가 이어졌다. 문체위 소속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니지M으로 인해 사행성으로 폐해를 입은 이들이 있고, 실제 슬롯머신과 게임 속 확률형 게임에 유사한 모습이 있다”며 “온라인게임 에서는 한도가 있는데 모바일게임은 한도가 없다. 한도가 없으니 사행성으로 가는 속도가 빠르다며, 이런 부분을 사행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리니지M은 사행성을 유도하지 않는다”며 “리니지M은 금품을 취득하지 않고, 아이템은 게임을 위한 아이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국내 게임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등으로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하락을 겪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지난 3분기 실적은 더욱 처참하다. 게임 빅3 중에서는 넥슨을 제외하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3분기 매출은 4038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44.6%가, 영업이익은 1390억원으로 57.6% 감소했다. 넷마블은 역시 지난해 3분기보다 9.6% 줄어든 52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39.8% 감소한 673억원에 그쳤다.

중견 게임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컴투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198억원, 영업이익 3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4.7%, 23.3% 줄어든 수치다. 게임빌의 경우 3분기 영업손실 67억원으로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네오위즈는 3분기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0.6% 줄어든 수치다. 엠게임도 3분기 매출 60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엠게임측은 신규 매출원의 부재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51.2% 각각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9년, 국내 게임업계에 봄은 올까

현재 각 게임사들은 올해 신작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 빅3를 비롯해 여러 게임사들은 신작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는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첫 적용으로 게임사들의 신작 출시 일정이 지연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연됐던 신작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매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재개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게임에 대한 내자판호 발급을 다시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게임을 포함한 외산게임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판호 발급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어느정도 희망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판호 발급 뉴스가 전해지자,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이슈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새로운 규제가 출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덕주 교수 연구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화는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산업에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 역시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외산 게임의 한국 침투 역시 계속해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외산 게임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산 게임이 전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렵다”며 “국내 게임사들의 위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는 생존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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