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차 효과로 내수 청신호, 내년 경기 침체·수입차 경쟁은 부담…“내수 신차 개발 및 보급 앞당겨야 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해외 판매 부진을 겪은 현대자동차에게 내수 시장이 마지막 보루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해외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환율 등 대외 악재의 영향이 적은 국내 시장의 안정성이 조명 받고 있다. 다만 내년엔 내수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에 이어 내년 업황도 어두운 데다가 수입차 시장이 나날이 보폭을 넓혀가며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관측되는 까닭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현대차의 상용 포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가량 증가한 65만6243대로 집계됐다. 이달 중 현대차가 국내서 5만대 이상 판매할 경우 2015년(71만4121대) 이후 3년만에 연 70만대 판매를 재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 내세운 목표 판매대수인 70만1000대 달성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특히 올해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준대형세단 그랜저로 쌍끌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싼타페는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9만8559대 팔리며 10만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4만7519대) 보다 107% 증가한 판매대수다. 세단 판매를 이끄는 준대형차 그랜저는 지난달 1만191대 팔리며 올초부터 누적 판매량 10만2682대를 기록해, 2년 연속 10만대 판매를 돌파하게 됐다.

여기에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내년 첫달 내수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팰리세이드는 지난달 말 출시 이후로 지난 10일까지 약 2주간 2만506대의 사전계약이 진행됐다. 회사 측도 새로운 볼륨 모델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상반기 중엔 쏘나타 신형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내수 판매의 상승세를 이끌어갈 방침이다. 

이에 내수 시장의 안정성이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을 타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현대차의 해외 누적 판매량은 352만21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지난해 중국 사드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기저 효과조차 미미하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에 대해선 준중형 세단에 국한된 제품 전략을 내세우며 현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현대차의 미국 현지 판매량은 61만2225대로, 전년 동기(62만1961대)에 비해 또다시 1.6%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판매량은 2016년 77만5005대에서 지난해 68만대 규모로 꺾이며 미국 내 시장 점유율도 4%대로 뚝 떨어졌다.

업계서도 내년 해외시장 전망을 어둡게 그리고 있다. 현대차 글로벌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대수는 9249만대로 올해에 비해 0.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유럽시장은 각각 1.4%, 0.2% 역성장하고, 중국은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는 해외 판매실적이 고꾸라지면서 내수 실적의 회복세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실적 중 내수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수 71만대 판매를 기록했던 지난 2015년 14.3%에서 2016년 13.5%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5.3%로 오른 데 이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15.7%로 오르며 점차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증가세는 미미하나 향후 해외 시장 성장세가 보다 정체될 경우 내수 반등세와 엇갈린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환율과 같은 대외 변수 영향이 크지 않은 점은 내수 시장의 강점이다. 
 

다만 내년 내수 시장도 녹록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연장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내년 상반기 끝날 경우 판매 절벽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점차 보폭을 넓혀가는 수입차와의 경쟁도 기다리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내수 진작은 올해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 르노삼성의 판매가 부진해 반사효과를 본 것 일뿐,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오히려 성장세가 가파른 수입차 시장이 경쟁 상대다. 내년엔 더 많은 차종과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적 위기 요소를 상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시장의 판매 비중은 낮지만 수익률이 높아 놓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면서 “내년 위기요소도 산재해 있다. 기업 지배구조도 개편해야 하고 고비용 저생산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현대차 차원에선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보급을 앞당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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