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 언론도 김정은 위원장 친서에 관심…전문가들 “신년사서 전향적인 메시지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SNS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 / 사진=연합뉴스

연말까지 이어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결국 새해로 넘어가게 됐지만,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서울 답방 의사를 밝히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한 신년사에 이목이 더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더불어 대(對)미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에 대해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 조선신보는 지난 26일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활동을 언급하며 “2018년에 시작된 새로운 역사는 우여곡절은 있어도 부단히 발전한다”며 내년에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동안 북한은 신년사에서 대외 메시지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 등에 대한 대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교착을 타개할 신호를 보이면 내년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될 수 있다. 특히 1~2월 중 북미정상회담, 김 위원장 서울 답방 계기 남북정상회담 등이 개최되며 남·북·미가 다시 한반도 평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앞으로 친서를 보내왔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이 지난 한해 세 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의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나게 했다”며 “내년에도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며 서울에 방문 할 것”이라고 밝히며 “내년에도 문 대통령을 자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취지의 뜻도 친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비핵과 관련 메시지를 언급하거나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공식적으로 공표할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 관련 내용이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북한이 답방에 대한 부담을 느껴 신년사에 넣지 않거나 내용이 담겨도 원칙적인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일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신년사에서도 훈훈한 모습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미국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비핵화 협상 국면으로 가겠다는 힌트를 줬다고 본다. 결국 북미 간 화해 양상의 행보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언론, 北 ‘세밑 친서’에 1월1일 신년사에 주목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서울 답방 무산의 아쉬움과 내년에 자주 만나길 희망한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도 집중하며 내년 1월1일 신년사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메시지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향방을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 NBC방송 등 주요 언론은 김 위원장의 친서가 북한 신년사에 앞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NBC방송은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과 문 대통령의 발언을 함께 소개하며 “남북 정상이 새해에 앞서 따뜻한 글을 주고받으며, 2019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김정은이 드문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며 “그는 내년에 다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A4 두 장 분량인 김정은의 서한은 미북(북미) 비핵화 대화가 교착하고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김정은이 약속대로 방한해 문 대통령과 4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핵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특사를 보내면서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 만큼 내일 있을 신년사에서도 비핵화 협상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해나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 받은 친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년사에서는 조금 더 대담한 제안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에서 북한의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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