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 개정했으나 실효성 낮아…국민들 관심 가져야 국회·정부 움직여

지난 12월 11일 새벽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홀로 컨베이어벨트 정비를 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외주화에 따른 비용절감 논리로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다. 용균씨가 했던 작업은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일의 한 과정으로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업무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했던 일이다.
 

12월 임시국회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당과 경영계 요구로 개정안 내용이 완화되고 현장 노동자들이 요구한 내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효성이 낮다. 

여야가 합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전면금지, 사업장 내 근로자 안전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 확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 신설, 안전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있다.

여야는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 책임 장소에 대해 ‘도급인이 제공하고나 지정한 경우로서 화재·폭발, 추락·붕괴, 질식 또는 그 밖에 노동자에게 유해하거나 위험한 장소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기존보다 확대했다. 현행법은 도급인이 22개 위험장소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도급인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여야는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합의했다. 현행법은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개정안은 기존보다 노동자 안전권과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막는 차원에서 나아갔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한 개정안으로는 최근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사고와 구의역 참사를 막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은 김용균법으로 불릴 만큼 국회 처리 과정에서 용균씨 사망 사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정작 개정안은 도급 금지 대상 업무에 용균씨가 했던 발전소 정비 작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업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산재 사고 시 원청 처벌을 강화했지만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산재가 일어나도 현실에서는 사업주가 벌금형을 받는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해 산업재해로 수백 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었지만 사업주가 구속 처벌 되는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원청 처벌의 하한형을 둔 법 규정을 마련해야 원청 경영자들이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기업 내 산재를 실효성 있게 막기 위해 기업 내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경영자와 업무상 관련 있는 공무원의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

대부분의 재해 사건은 일선 현장 노동자나 중간관리자에게 가벼운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에 그친다. 정작 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또 기업의 업무상 관련 있는 공무원들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안전관리나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 형사 처벌 하한형 법 규정을 둬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모두가 깨끗하고 편한 일을 원하지만 누군가는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우리를 대신해 이러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근로 조건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질 때 국회와 정부가 비로소 움직인다.​ 노동자 안전권을 위한 과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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