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동성애, 보통의 이야기]③ 문 열고 나서는 이들
  • 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
  • 박견혜 기자 (knhy@sisajournal-e.com)
  • 변소인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8.12.28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 목소리 높이는 대학생 연대·인권포럼…“결국 차별 없애려면 인식 변해야”

 

차별금지법은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성별, 성정체성, 장애, 인종, 가족 형태 등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이 법안은 임기 만료 폐지, 법안 발의 취소 등 국회 문턱 앞에서 난관을 맞았다.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를 이길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2007년 말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내 11가지 차별금지 사유 삭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연대체다. 무지개 행동은 성소수자 단위 공동 대응과 차별금지법 대응을 위해 활동했다. 2008년 12월, 무지개행동을 중심으로 성소수자 연대 LGBT인권포럼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난 뒤 포럼은 포괄적인 사회 현안을 다루기 위해 ‘성소수자인권포럼’으로 이름을 바꿨다. 성소수자인권포럼은 내년 11회를 맞이한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의 시작도 차별금지법과 맞닿아 있다. 2013년엔 차별금지법 발의가 철회되는 사건이 있었다. 각 대학교에 있던 성소수자 단체들은 같은 해 이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큐브는 연대를 확장하고 청년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결성됐다. 올해 말 기준 71개 모임이 큐브 속에서 연대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단체 몇 개로 정의할 순 없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3년 창립된 ‘친구사이(창립 당시 초동회)’가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1997년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 단체들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서 왔다.

매년 전국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서울, 인천 등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총 7개 지역에서 축제가 열렸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두시위대가 축제 현장에 포진해 있기도 한다. 올해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일부 단체들이 대놓고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양지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외치고 있다.

◇ “성소수자 이슈뿐만 아니라, 인생 관통하는 얘기도 나눠요”

성소수자인권포럼은 무지개행동과 33개 단체가 연합 행사를 준비한다. 3일 동안 30개 이상 세션이 진행된다. 대학교 석‧박사와 연구원이 진행하는 연구포럼과 각 단체에서 준비하는 인권포럼으로 구성돼 있다. 수십명이 소소하게 참여했던 이 행사는, 올해 2월 천 명 가까이 참석하는 큰 행사가 됐다.

성소수자인권포럼은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 성소수자 문제 뿐만 아니라 성적 규제, 페미니즘, 청소년 성교육, 성소수자 노동권 등의 논의된다. 기자는 성소수자인권포럼 집행위원회인 윤다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팀장을 만나 성소수자인권포럼의 방향과 목표를 물었다.

 

성소수자인권포럼 집행위원회인 윤다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국내외연대팀장을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사진=차여경 기자

 

성소수자인권포럼이 2019년 11회를 맞는다. 성소수자인권포럼의 궁극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 성소수자 단체들의 인권활동이 모두 대중들과 공유되지는 않는다. 언론 기사로 인권활동을 접하거나, 단체 내부에서만 다뤄지기도 한다. 성소수자인권포럼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다. 활동가들끼리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대중들이 궁금했던 점을 (인권포럼에서) 해소할 수 있다. 성소수자 단독 이슈들 외에도 사회나,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들이 다뤄진다. 몇 년 전 불교 이반 모임이 포럼에 참석한 적 있다. 불교에서는 성소수자를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지 않나. ‘스님과의 대화’라는 세션이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곧 열리는 성소수자인권포럼에서는 어떤 주제가 나올까.

: 세션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연구자료나 발표도 늘고 있다. 올해 슬로건은 ‘여기, 축제’다. 2019년이 퀴어문화축제 20년이 된 해다. 축제라는 단어를 통해 성소수자가 차지하는 공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축제처럼 담고 싶다. 포럼에는 성소수자 단체 외에도 시민사회단체들도 참석한다. 내년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나 퀴어문화축제 기획팀들의 내부 변화를 다루는 토론 세션도 있다. HIV/에이즈 네트워크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소수자난민네트워크 등이 각자 이슈를 발표한다. 또 지난해까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트랜스젠더를 성전환증이라고 하는 질환명으로 정의했다. 올해는 ‘트랜스젠더가 정신질환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이 사안을 갖고 논의하는 세션도 진행될 예정이다.

성소수자 인권활동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활동하고 있다. 이 활동들이 결국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까.

: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성소수자가 인권단체가 각자 주관하는 행사나 축제에 서로 끼어들진 않는다. 하지만 공동대응할 문제나 사안에 있어서는 같이 지원하고 있다. 올해 세계인권기념일을 맞이해 시민단체들과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인권운동포럼을 열었다. 가짜뉴스, HIV/에이즈, 가족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누기도 했다. (단체들은) 넓은 관점에서 이슈를 논의하거나, 한 개 이슈를 파고들기도 한다.

동성애나 성소수자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많은데. 단체에서 대응하기도 하나.

: 잘못된 기사들을 바로잡는 ‘바른정보연구소’라는 책자가 있긴 하지만,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진 않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크게 대응하면 할수록 더 큰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대응을 하면 결국 비난 등 (성소수자들이) 2차 피해를 받기도 한다. 결국 미디어의 관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무작정 기사화하거나, 다른 기사를 받아쓰는 등의 행동도 지양돼야 한다. 가짜뉴스를 받아들이는 미디어의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언제쯤 제정될 것 같나.

: 예상은 못하겠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장 돼야 하는게 맞다. 국제 사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권고되고 있다. 여성차별 철폐부터 성소수자 탄압, 난민 자유권 등이 모두 차별금지법이 다루는 문제다. 100개가 넘는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제정되면 제일 좋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어떤 단체의 눈치를 보거나, 사회적 합의 핑계를 댄다. 단체의 부당한 공격에는 그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국가 차원에서 연구나 캠페인을 해 합의를 이끌어내면 되지 않나. 국가나 국회의 좀 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윤다림 집행위원님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가.

: 성소수자인권포럼이 지난 10년 동안 많이 커졌다. 성소수자들이 1년에 한 번 모든 인권이슈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발전했다. 이 포럼이 더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인권포럼에 참여했으면 한다. 성소수자 문제는 당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소수자가 포함된 가정과 학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다. 성소수자 정체성은 모든 사람의 인생을 관통한다.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더 다양한 이야기들, 더 많은 주제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 “성소수자 인권 품격있게 변했으면…” 대학생 성소수자들의 목소리

큐브는 한달에 한 번씩 대표자 회의를 연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대표자들의 투표를 얻어야 한다. 대학 성소수자 연대체의 최고의결기구인 셈이다. 인력이 부족한 대학 단체에 파견나가 활동을 돕기도 한다. 최근 큐브는 한동대학교 성소수자 탄압 논란, 인천퀴어문화축제 폭력사건, 에이즈에 대한 사회 편견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2월 말 도터 큐브 부의장, 이훈 큐브 집행위원, 창구 큐브 외부연대팀장과 커밍아웃과 청년문제, 인권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훈 큐브 집행위원(왼쪽), 창구 큐브 외부연대팀장(오른쪽)을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시사저널e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차여경 기자

 


큐브는 대학교 성소수자 단체들이 모인 연대체다. 운영하기 힘들진 않나.

도터: 연대체다 보니 서로 의견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힘든 것은 맞다. 그러나 단체들의 결이 다르지 않아 의견을 모아가는 방향으로 (큐브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하면서 힘든 것은 운영비용이다. 여러 행사를 하면 운영비가 드는데 각 집단 단위가 분담금을 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기 무리가 있다. 정기후원시스템으로 운영 지원비를 확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큐브가 HIV/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성명을 냈다.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많은데.

이훈: 사람들이 동성애나 에이즈에 대한 가짜뉴스들을 모두 믿는다고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사실들은 결국 ‘잘못된 교육’으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에이즈나 인류 멸망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외부에 적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 같다. 외부에 적을 둬야만 더 뭉쳐지지 않나. 성소수자 단체를 에이즈와 연관시켜 ‘상생이 적’으로 만들고 있다. 동성애가 에이즈과 관련없다는 사실을 (보수단체나 기독교단체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결국 결속력을 위한 믿음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

2018년 유행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로 죽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성소수자의 쾌락만을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도터: 사실 개인적으로 그 해석은 영화를 오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프레디는 ‘팬들에게 에이즈 걸렸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스스로 에이즈의 상징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프레디의 삶을 에이즈로만 연결시키는 것은 보헤미안 랩소디을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창구: 하지만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에 대한 편견들이 있긴 있다. 동성애에 관한 작품을 보고 누군가 ‘가짜 사랑’같다고 하더라. 성관계나 애정행위가 없어서 가짜같다는 것이다. 작품 가치가 없다고 얘기한 것도 봤다. 남자들 간 동성애를 다룬 ‘BL 작품’ 들도 자극적인 요소를 넣는다. 성적 행위를 해야하고, 자극적이어야 ‘진짜 동성애’ 같은 건가.

 

지난 11월 28일 대학생성소수자모임연대가 서울 광화문에서 인권 지지자 징계 대학 규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대학생성소수자모임연대

 


대학교도 하나의 큰 집단이지 않나. 차별과 혐오를 마주한 경험이 있나.

이훈: 20살 때 교내에 성소수자단체 홍보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단과대 사무실을 찾았다. 단과대 사무실 허가 도장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분이 우리 포스터를 보고 예쁘다고 다가오더라. 한참 포스터를 보더니 “여기는 남자만 있어요? 여자도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라. 남녀를 나누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의 뉘앙스나 표정에서 혐오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다니던 성당에서 커밍아웃을 했는데 주임 신부님에게 ‘나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상처가 컸던 일이었다.

창구 : 대학 내 성소수자 단체 대자보나 플랜카드를 붙이는 행동을 대학에서 싫어한다. 포스터 허가를 안해주는 곳도 있다. 불법 게시물이라며 강제로 철거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교수가 직접 포스터를 찢어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학생들이 어떤 게시물을 걸고 의견 개진하는 부분은 학교가 관여할 수 범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큐브 내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의견 개진도 못하는 장소가 되면 안된다.

또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은 아직 의무화가 안됐다. 지금 대학 내 인권센터를 자치적으로 운영이 되기 어렵다. 인권센터가 하려는 행동에 있어서 간섭을 많이 받게 된다. 학내에서 인권을 이야기 한다는 부서의 자치권도 보장하지 못하면서 (대학이) 취업률만 얘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동성애 결혼이 헌법에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합법도 아니다. 대학생 성소수자들의 생각하는 결혼은.

도터: 사실 성소수자들은 롤모델 선배들이 딱히 없다. 레즈비언 친구들은 농담으로 30~40대 레즈비언들은 ‘다 나가죽었다’고 하기도 한다. 인생계획 롤모델을 삼을 성소수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내가 다음 세대 롤모델이 될 수 없는 입장이다. 사실 우리도 미래를 준비하는 롤모델을 확인하고, 찾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도터: 사회는 에이즈나 성소수자 문제를 두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싸우고 있다. 사실 우리 (성소수자들도)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국민의 의무도 하고 있다. 다 같은 국민이다. 성소수자 차별의 문제는 시민이 겪는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문제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정부와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건 그들의 소명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성소수자들을 외계인마냥 대치되는 존재로 다루지 않고 공동체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창구: 유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소수자 인권은 가입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현재 대한민국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인식해 세계적 흐름에 발맞췄으면 좋겠다. 흥선대원군 쇄국정책고 다름 없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세계 흐름에 맞춰 품격있게 변했으면 한다.

 

차여경 기자
산업부
차여경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