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장 기업수 늘었는데 공모규모는 '뚝'…연말 코스닥 상장 '러쉬'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은 신규상장 기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모 규모는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공모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서는 대어급 신규상장 기업이 실종됐다는 지적 속에 공모 규모 면에서는 역성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 상장현황 정보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상장한 종목은 93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 상장 14곳을 제외하면 총 79곳이 신규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62개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수 기준 27.4% 증가한 셈이다.

최근 5개년 상장 기업수 및 공모 규모 추이 / 표=시사저널e
상장 건수 측면에서는 성장세가 분명하지만 상장 기업이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역성장했다. 올해 상장한 79곳의 공모 금액은 2조8198억원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의 경우 62개 기업의 공모규모는 총 7조 8188억원에 달한다. 기업당 평균 공모 금액은 356억원으로 지난해 평균 공모 금액 1261억원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어급 종목의 상장 포기…코스피 공모 총액, 코스닥에 밀려

상장 기업의 증가에도 공모 규모가 역성장한 이유로는 대어급 종목의 상장 포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장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종목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SK루브리컨츠가 수요예측 흥행 실패 이후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하반기에는 감리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와 현대오일뱅크 등이 상장 일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어급 종목들의 실종은 공모 규모 축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 9곳의 공모규모를 모두 더해도 9166억원에 불과하다. 통상 공모 총액 측면에서 코스피가 코스닥을 앞지르던 추세도 올해는 역전됐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70곳의 공모 규모는 1조9032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두배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에는 코스피 상장사 공모 총액이 4조4484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공모 총액 3조3704억원을 앞질렀다. 한해 전인 2016년과 2015년에도 코스피 신규 상장사들의 공모 총액이 코스닥에 뒤진 적은 없다.

대어급 종목들의 실종과 함께 상장 기업들의 수요예측 흥행 부진 역시 공모 규모를 낮추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들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공모가를 확정한다. 그러나 올해 상장시장에서는 국내 증시 부진에 기관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공모가를 높이기 어려웠다.

올해 상장 기업 79곳 가운데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39곳으로 절반 정도를 기록했다. 단순 비율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주고라도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몰리며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뛰어넘은 기업도 25곳이나 된다. 지난해 기업공개 시장에서는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을 뛰어넘어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이 6곳에 불과했다.

◇공모가 상단 돌파, 25곳 달하지만…높아진 할인율

문제는 기업공개 시장이 부진하면서 기업들 역시 희망 공모가 밴드를 낮춰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지가 집계한 올해 상장사 및 상장 예정 기업 들의 공모가액 산정시 할인율은 37.41%(희망공모가액 밴드 하단)~24.67%(상단)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 기업들의 평균치인 32.86%~19.67%에 비해서는 5%p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추정하는 추정 손익 단계가 아니라 주당평가가액 산정후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상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뛰어넘는 기업이 늘었다 해도 공모 규모는 예년에 비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상장하겠다는 흐름은 코스닥 상장 기업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신규상장 기업 79곳 가운데 70곳을 차지할 정도로 올해 신규상장 시장에서는 코스닥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더구나 연말에 다가갈 수록 상장 기업들이 몰리면서 같은날 두세곳의 수요예측에 동시에 진행되기도 했다.

상장 절차를 밟는 기업들은 수요 분산을 우려해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다. 그러나 올해 연말에는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장이 줄을 이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70개 기업 가운데 29곳이 11월과 12월 두달 사이에 상장했다. 반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41곳이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10월까지 한달 평균 4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한 반면 마지막 두달에는 한달 평균 15곳 가량이 상장했다"며 "지난해 11월고 12월 사이에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이 11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특히 연말 집중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장 기업 할인율 / 표=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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