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수주 물량 인정화 단계…전문가 “내년 상반기 이후 인력 확충 대비 해야”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 /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해냈다. 해를 넘길 것으로 보였던 양사 임단협의 연내 타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불황 바닥을 치고 일어서는 국내 조선사들은 노사 갈등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덜어내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7일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남겨두고 있다. 양사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져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조선3사 임단협은 모두 마무리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31일을 투표날로 정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연내 투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앞서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9월 일찌감치 임단협을 매듭지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실적 개선과 함께 노사 갈등을 봉합했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몇 년 간 끝없이 추락하던 수주 실적 그래프의 반등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318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초과했던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20141300CGT, 20151100CGT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2016년에는 215CGT로 곤두박질 쳤다. 이는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1996년 수주 자료를 집계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그러나 2017년에 약 600CGT로 소폭 증가한 후,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1090CGT의 일감을 확보하며 확실한 반등 기회를 포착했다.

 

수주 실적 개선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이 주효했다. 세계 조선 발주시장에서 LNG선 수요 급증을 비롯해 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유조선 등 한국에 유리한 선종 발주가 늘었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이 조선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국내 조선업이 중국에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고급 기술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내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수주물량을 끌어 모았지만 이는 기술 장벽이 낮은 벌크선과 탱커에 집중됐다친환경 LNG선박 등 고급기술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중국 사이에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업황이 개선되며 임단협도 조기 마무리되는 상황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조선업 특성 상 현재의 수주 실적은 앞으로 약 2년간의 일감을 의미한다. 선박 한 척을 짓는데 보통 2년가량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올해의 수주 실적 상승은 앞으로 2년 동안 일감이 확보됐고, 그에 따른 인력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인력 구조조정 도끼질을 멈추고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임단협에서 내년 말까지 고용을 보장해줬으며, 대우조선해양도 기존 계획했던 인력감축 규모를 축소할 의향을 내비쳤다. 삼성중공업 노사 역시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안정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조선 3사들이 구조조정 하는 건 2016년 수주절벽 영향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문제는 그 이후인데,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작년과 올해 수주한 물량 건조하기 위해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비가 미리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보통 조선소들이 2.5년치 일감을 갖고 있으면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현재는 2년치에 가까운 일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일감 관련해서는 점차 안정화되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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