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갑질’로 촉발된 논란이 온가족 이슈로 번져나가…내년까지도 검찰수사 받는 신세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왼쪽)과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 모녀. /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 만일 올해의 가족을 꼽으라면 압도적 차이로 대한항공 일가가 선정될 것이다. 대한민국 대기업 역사상 이처럼 온 가족이 한 시기에 논란에 휘말린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대한항공 일가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모든 빅 이슈가 그렇듯 시작은 단순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H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졌다는 의혹이 첫 단추가 됐다. 해당 논란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란 일부 예상과 달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조현민 전 전무는 무혐의로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회사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논란이 일어난 후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취소 위기까지 갔던 진에어는 면허유지 결정이 난 지금도 여러 제재에 막혀 제대로 경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드러난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은 조현민 전 전무 논란을 묻히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운전기사 및 경비원들에게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당시 이 전 이사장이 받은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모욕 등 7가지에 달한다. 

 

 

지난 9월 2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조금은 억울한 케이스다. 조사장은 과거 여러 논란들을 딛고 조용히 경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항공 일가의 과거 행각에 대한 지적이 불길처럼 번져가면서 인하대 부정편입학 논란을 겪게 됐고, 결국 교육부로부터 입학취소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땅콩회항 이후 경영에 복귀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밀수혐의에 휘말렸고 결국 다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신세가 됐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7일 조현아 전 전무, 이명희 전 이사장과 함께 밀수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내년까지도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조양호 회장의 올 한해도 파란만장했다. 자택 인테리어 비리를 비롯해 사무장 약국 운영 의혹 등으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일단 구속은 면했지만 회삿돈 수백억 원을 가로채고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세다.

 

대한항공 일가 논란은 우리 사회 재벌일가의 어두운 면을 속속들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대그룹 인사는 대한항공 일가 논란은 그 갑질이 직원들을 향해 이뤄졌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라며 특별한 배경에서 자란 재벌일가가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직원들과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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