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사 제출 자료 미비 지적…형량 감소에 영향 미친 듯, 동성제약 사태에 여파 주목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대한 2심 판결선고에서 재판부가 기존 521억원 리베이트 제공에 의한 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대신 4억여원만 인정한 사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강 회장이 2심에서 2년 6개월로 형량이 축소된 사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판결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동성제약 사태에 여파를 줄지 주목된다.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27일 제301호 법정에서 횡령, 조세, 약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강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6월 1심에서는 강 회장이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후 법정구속된 바 있다. 

 

28일 시사저널e가 이번 재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제 1형사부의 김문관 재판장은 1심과 달리 강정석 회장 등의 횡령액을 4억여원만 인정했다. 

 

앞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1형사부 재판장인 정성호 부장판사는 1심 판결에서 강 회장과 김원배 전 동아ST 대표, 허중구 전 용마로지스 대표가 순차적, 암묵적으로 공모해 구 동아제약 자금 521억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지난 2013년 1월부터 4월까지 구 동아제약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521억원 사용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521억원 중 리베이트 자금과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됐다는 강 회장 측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부산고법 제1형사부는 이같은 1심 판결을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2심 재판부는 “521억원이 모두 불법적 리베이트 제공을 위해 조성되거나 그와 같은 용도로 지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강 회장과 김 전 대표, 허 전 대표가 K강동병원 등 5개 병원 리베이트로 제공한 금액 총 4억1609만9874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리베이트로 조성·횡령했음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즉, 521억원 중 4억1609만9874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횡령해 리베이트로 제공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4억여원을 제외하고 강 회장과 김 전 대표, 허 전 대표에게 리베이트 제공에 의한 횡령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부산고법 재판부 판결에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舊) 동아제약은 521억원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원은 담당 검사가 521억원을 어느 거래처에 얼마나 리베이트를 구체적으로 제공했는지 자료를 제출해야 리베이트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5개 제약사 건에 이 판결을 대입시킬 수 있다. 현재 동성제약은 100억원이 넘는 상품권을 의·약사에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성제약은 이 상품권을 판촉비로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5개 제약사에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과 조사2국으로부터 각각 세무조사를 받은 A제약사와 B제약사도 포함돼 있다. 이 2개 제약사는 접대비 사용처를 서울국세청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이번 판결 결과대로라면 검찰은 제약사 접대비를 누구에 얼마나 제공했는지 샅샅이 수사해 그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야 리베이트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은 “어찌 보면 당연한 원칙이겠지만 검사가 자료를 제출해 리베이트 제공을 완벽하게 입증해야 법원이 리베이트로 인정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요약하면 감사원과 서울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증빙자료가 없는 제약사 접대비에 한해 리베이트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리베이트로 인정 받으려면 명확하고 자세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소식통은 “이번 강 회장 판결선고 내용은 일견 제약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휴가 기간에도 지난 27일 부산고법 판결장에 인원이 많았다고 하니 동아의 영향력이 크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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