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월에 사상 최고치…하반기엔 미중무역분쟁 등 우려에 급락

12월 27일 기준. /자료=한국거래소.

 

올해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07.1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지수는 더 이상 새로운 기록을 만들지 못하고 곤두박질 쳤다. 올해 10월에는 장중 1985.95까지 내리면서 2016년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연중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하락률은 23.8%에 달했는데 이는 2011년(26.3% 하락)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하락장 중심에는 미국과 외국인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는 올해 하반기 들어 심화하면서 투심을 급격학 얼어붙게한 요인이었다. 여기에 미국 채권금리 급등은 번번히 한국증시 급락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원대 순매수를 한 외국인은 올해 5조9000억원대 순매도를 보이며 한국 증시를 떠나갔다.

올해 증시의 대표적인 이슈는 바이오 업종의 회계 논란이었다. 연구개발비 자산화 문제 등 올해 초부터 시작된 바이오 회계논란은 하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이어지며 바이오주의 변동성을 키웠다.

◇ 증시 키워드1. ‘하락장’


올해 국내 증시를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하락장’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의 장중 최고치는 1월 29일 2607.1이었다. 종가 기준 최고치는 같은날 기록한 2598.19었다. 이는 장중,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수는 1월 29일 종가 기준 927.0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장중 기준으로는 1월 30일 기록한 932.01이 연중 최고치였다.

하지만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지수는 이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2월 들어서 전날 대비 1%가 넘게 떨어진 거래일이 6거래일에 달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월 29일 이후 9거래일만에 260포인트 빠지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마찬가지였다. 2월 코스닥 지수는 전월 대비 6.19%나 빠졌다.

반등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되려 하반기로 갈 수록 투심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10월에는 급락 현상이 잦았다. 10월 1일 2349.64로 시작한 코스피는 10월 말 2029.69로 13.37%나 내렸다. 10월 30일 장중에는 1985.95을 기록해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2016년 12월 수준으로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10월에만 21.11% 내리면서 악몽같은 한 달을 보냈다.

◇ 증시 키워드2. ‘미국과 외국인’

이같은 하락장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올해 2월 한국 증시 급락 배경에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채권 가격 하락)이 있었다. 올해 1월 31일 연 2.712%였던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2월 2일 연 2.841%로 급등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기관 자금이 채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되는 데다 기업들의 조달 비용을 높여 일반적으로는 증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에도 3.2% 수준까지 치솟는 등 급등하며 증시 급락을 이끌었다.

미·중 무역분쟁도 투심을 짓누른 주된 요인이었다. 당초 적정선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됐다. 미국은 7월 초 5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렸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물리면서 대응했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복에 더 큰 보복으로 대응했다. 12월 두 나라 정상이 만나 휴전은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됐다. 외국인은 올들어 이달 27일까지 5조92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6조5818억원어치를 국내 증시에서 사들였다. 기관과 개인은 올해 각각 2조7187억원 순매도, 7조79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 증시 키워드3. ‘바이오 회계 논란’

바이오 회계 논란은 올해 내내 한국 증시를 지배한 대표적인 이슈였다. 올해 1월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셀트리온의 임상 3상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은 데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9% 넘게 하락했고 바이오업종에서 연구개발에 쓴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2016년 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중 55%에 해당하는 83곳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연구개발에 쓴 돈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느냐 비용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적표가 달라진다. 연구개발에 쓴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 당기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게된다. 반면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게 되면 영업이익 감소는 나타나지 않고 되려 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외국 제약·바이오사들은 연국개발비의 평균 81%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업종에 테마감리를 나서기도 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기도 했다.

바이오 관련 회계 이슈는 하반기에도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회계분식 논란에 빠진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이달 11일 거래가 27일만에 재개됐지만 검찰 수사 등으로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분식회계 논란이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증권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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