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행장 공백 원인에 “회장 영향력 강화 우려로 영남대 출신 반발한 것”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추진하면서 은행 이사회 등에서 회장 권한 강화라며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 사진=대구은행

DGB금융지주가 새 대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사퇴한 이후 약 9개월째 은행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이번에 대행체제를 마무리하고 은행장을 선임할지에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경영공백이 길어진 원인에 대해 은행 임원 다수를 차지하는 대구상고 및 영남대 계파가 김 회장 등 비(非)대구상고 인사의 권한 강화에 반발하며 생긴 갈등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26일 이사회의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자추위는 은행장 후보대상 기준을 최근 3년 이내 퇴임(DGB금융지주 은행 출신) 임원 또는 지주 및 은행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임원으로 정했다. 자격 요건은 5년에서 3년으로 낮췄다.

지주 이사회가 대구은행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대구은행장 선임은 40일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때까지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김윤국 부행장보가 은행을 이끌게 된다.

대구은행과 금융업계에선 9개월 동안 이어진 경영공백 사태에 대해 내부 갈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김태오 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선진화 안을 발표,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CEO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은행장 등 후보의 경력을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 등 요건을 둬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특히 지주 이사회가 은행 등 모든 자회사의 CEO 승계에 권한을 갖고 통합 관리하게 된 것이 특징이다. 김 회장은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 설정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에선 이를 두고 김 회장의 권력 강화와 은행장 겸직을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DGB금융이나 대구은행 전, 현직 임원 중 은행장에 오를 후보가 없어 은행장 장기공백이 우려되고 김 회장의 은행장 겸임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행체제가 길어진 것은 이런 지배구조 개선안이 원인”이라며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나 외부 출신 은행장 선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내부 갈등이 은행 내의 학벌로 이어지는 계파의 권한 다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인규 전 회장 겸 행장이 지주에 있을 당시 형성된 대구상고·영남대 출신 라인이 경북고 출신의 김 회장의 권한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대구은행 사외이사와 임원 가운데 대구상고와 영남대 출신은 총 7명이다. 사외이사와 임원 가운데 39%가 대구상고 및 영남대 출신이다. DGB금융은 지난해 12월에도 임원 인사에서 6명이 승진 조치됐는데 모두 대구상고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에는 김 회장 외에 사외이사 2명이 경북고 동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주사 이사회의 권한 강화가 박 전 회장 겸 은행장이 형성한 대구상고, 영남대 라인이 아닌 비(非)대구상고 인사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 있어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파 싸움은 어느 은행에나 존재한다”며 “대구은행 내부도 김 회장을 외부인으로 인식하다보니 영향력 행사에 견제와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DGB금융 측은 계파갈등에 대해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은행장 선임을 절차에 따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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